엄마의 사랑을 메고 길을 나선다.

엄마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

엄마의 사랑을 메고 길을 나서는 거인

엄마가 요즘 내 저녁 도시락을 손수 싸주신다.

나는 카페일이 끝나면 주로 작업실에 가기 때문에, 저녁을 김밥이나 컵라면으로 대충 때우곤 했다.

엄마는 그게 걱정이 되었는지 저녁밥을 집에서 조금이라도 챙겨가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엄마의 도시락이 시작되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우리 엄마는(내 기억이 맞다면), 내가 초등학생 때부터 

한 번도 우산이나 내가 두고 온 재료들을 학교로 가져다준 적이 없을 정도로 나를 강인하게 키워오셨다.

나는 우리 엄마가 참으로 냉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엄마가 요즘 내 저녁 도시락을 싸주시다니.

물론 메뉴는 굉장히 심플하다. 

계란볶음에 밥. 가끔은 밥대신 부침개가 들어가 있다.

근데 그게 그렇게도 큰 힘이 된다.

보냉백에 락앤락 하나를 넣고, 반찬으로 먹을 설곤약도 하나 챙긴다(요즘 꽂힌 중국반찬이다).

출근하면 냉장고에 넣어놓는다.

퇴근하고 작업실에 도착하면 한창 배고플 8시.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서 오물오물 먹는다.

그리고 느긋하게 천천히 꼭꼭 씹어먹는다.

참 맛있다. 정말 맛있다. 기분 좋게 맛있다.

어느 날은 엄나무순 부침개를 해주셨다.

나는 엄나무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뽀득뽀득한 식감이 나한텐 별로였다.

그래서 엄마는 그걸 계란과 함께 부침개로 만들어주셨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그날따라 저녁은 더 맛있었고, 기분 좋은 배부름에 취해버렸다.

그리고 엄마한테 말해주었다. 도시락 정말 잘 먹었다고. 감사하다고.

그날 엄마는 내게 말씀하셨다.

어렸을 때, 엄마가 일하느라 너무 바빠서 우릴 잘 챙겨주지 못한 게 이제야 후회가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서로가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챙겨주고 싶다고 하셨다.

엄마가 나를 위한 도시락 만드는 일은 부담스럽지 않고, 꽤 의미 있는 일이라고도 덧붙이셨다.

아 우리 엄마는 냉정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그래서 나는 작업실 가는 날이면 엄마에게 도시락을 부탁한다.

가방이 조금 더 무거워지지만, 엄마의 사랑을 메고 가는 날이니까.

*그림에 적은 글은 즉흥적으로 적었기에, 브런치에 다시 정리해서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