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서 사랑스러운 것들.

by 오늘


결혼생활 2년쯤 되니, 이 나간 그릇이나 컵이 찬장 안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깨져서 버린 것들도 꽤 돼서 신혼 식기들은 더 이상 세트가 아닌 외톨이 신세다. 처음에는 새 신혼집에 이 나간 것들이 있는 게 싫어, 버리거나 찬장에 처박아두곤 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비어버린 컵걸이. 컵걸이에 컵을 꽉 채우기 위해, 아껴뒀던 파스텔톤의 핑크색과 노란색의 커플 머그컵 2개를 걸었다. 예쁘다.

역시 파스텔톤의 따뜻함은 집안 분위기마저 정감 있게 바꿔준다. 하지만 노란 컵은 나의 애정을 받은 지 단 며칠 만에 이가 나가버렸다.
분명 설거지도 조심히 했건만...
그런데 어쩐 일인지 저 이 나간 컵은 버리기가 싫어졌다.
찬장으로 눈이 갔다. 오늘따라 이 나간 접시들이 뭐랄까, 정감 간다고 해야 하나?
'쟤네들도 이 집에서 그냥 있었던 건 아닌가 보네. 저 이 나간 접시들이 꼭 나 같아...'
어느새 우린 한 공간에서 웃고 울며,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었다.
이 집과 이 집을 채우고 있는 것들.
함께 세월을 보낸 것들은 또 다른 내가 되어 이 집에 온기를 채워놓는다.
우리는 나이 들어, 여기저기 망가지고 있지만, 그러기에 더 사랑스럽다. 완벽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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