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엄마

by 오늘

용준이 입에 뭐가 들어갔는지, 손가락을 연신 입에 집어넣다 빼면서 확인을 한다.
"입에 뭐 들어갔어?" 대답해줄 거란 기대 없는 물음에 용준은
"머리카악" 이란 단어를 말했다.
"뭐? 머리카락? 머리카락이란 말을 알아? 어떻게 알았어?"
대답 한 마디에 난 따발총 질문을 해버렸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난 늘 용준의 말과 행동이 느려도 괜찮다고 말해왔고, 정말 괜찮았다.

다만 하지 말란 말귀를 못 알아먹고 또 집안을 엉망으로 만든 용준을 다그쳤다.

"왜 이렇게 엄마를 힘들게 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느린 게 괜찮다며, 혼내고 짜증도 부린 두 얼굴의 엄마였다. 생각해보면, 용준은 용준만의 페이스대로 잘 발달하고 있었다. 빠르고 느림의 그 기준은 내 스스로 만들어놓고, 용준은 좀 느린것 같다며 늘 말해왔다.

어린이집 선생님과 상담할 때 난
"용준이 말이 좀 늦은 편이죠?"
"여자애들은 워낙 말이 빠르지만, 용준은 남자애들 중에서 제일 말을 잘해요. 바깥놀이라도 가면, 달리기가 너무 빨라 제가 못 잡을 정도예요. 놀이터만 가면, 날다람쥐로 돌변해요."
느린 건 용준이 아니라 나였다.

용준... 우리 느리던 빠르던, 늘 함께 서로 지켜봐주자.

잘 오고 있는지...
혹시라도 엄마가 좀 느려도 괜찮다고 말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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