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에어비앤비에서 새로운 꿈을 찾다.
최근 '공유경제'가 화두가 되면서 에어비앤비가 팍팍 뜨고 있다고 들었다. 이전에 여행하면서 한 번도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남의 집에 함께 머문다는 게 극내성, 낯가림의 끝판왕인 나에게는 와닿지 않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스페인 한달살기를 준비하면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해보고 싶었다. 이용해 보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여행은 살아보는거야' 라는 에어비앤비의 모토 때문이 아니라, 싼 가격 때문에 ^^
마드리드에서의 일주일은 에어비앤비에서 머물기로 했다. 에어비앤비가 가족이나 연인 단위의 여행객들에게 확실히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는 편이었지만, 혼자 여행하는 나에게는 가격적인 메리트도 딱히 와닿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1박에 6만원이 넘는 호텔생활을 하기는 힘드니까. 어찌하든 내 몸 하나 뉘일 방이 있겠거니 하면서 며칠을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제집 드나들듯이 드나든 거 같다.
내가 원하는 방은 이러했다. 일단 일을 해야 하니까 개인실이어야 할 것. 요즘 같은 흉흉한 세상에 남자 호스트는 아무래도 꺼려 지는 점이 있어서(그 남자 호스트가 나에게 뭔짓 하는 것도 아닌데, 이만큼 쫄보다) 호스트는 반드시 여자여야 할 것. 시내에서 멀지 않을 것. 거기에 플러스 옵션으로 주방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며칠을 손품을 판 결과, 레트로 공원 근처에 내가 원하는 조건에 꼭 맞는 방이 있었다. 역시 신은 나를 외면하지 않는다면서 7박에 2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으로 그 방을 예약했다.
그렇게 나는 베티 아주머니의 집에 입성을 하게 된다. 베티 아주머니는 에어비앤비를 전문적으로 관리하시는 분이었다. 그 분의 집에는 방이 여러개였고, 베티와 베티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할머니가 같은 방을 쓰고, 나머지 방들을 에어비앤비로 돌리고 계셨다.
베티와 그의 어머니는 영어를 전혀 못하셨다. 나는 스페인어를 전혀 못했다. 그래서 의사소통 하는데 힘든 점이 있었지만, 이 힘든 점을 커버해준것은 구글 번역기. 에어비앤비 메시지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에어비앤비 메시지는 구글번역이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일주일간 베티의 집에서 머물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어머니와 베티가 함께 에어비앤비를 운영한다는 점이었다. 그 외에 다른 가족을 보지는 못했다. 주방에 들어 갈 때 베티와 베티의 어머니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본 적이 많다. 그것이 그렇게 뇌리에 박혔다.
그런 베티를 보면서
'나도 20년 후에는 저렇게 엄마랑 에어비앤비 운영하면서 소소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비앤비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그 때는 아무래도 나도 나이가 있으니까 세계 여행을 꾸준히 하기는 힘들 것 같고, 대신 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엄마랑 도란도란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에어비앤비 청소랑 관리는 내가 하고, 엄마가 여행객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과연 그런 꿈같은 날이 올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아이들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어른도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아이들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어른도 꿈이 있다면서 나의 꿈은 교육부 장관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풋 하며 웃곤 한다. 사실 정말 교육부 장관이 꿈은 아니지만, 새로운 꿈이 생겼다. 나도 엄마랑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면서 세계에서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세계여행을 하는 것. 지금은 내 집이 없어서 월세에 전전긍긍하지만 언젠가는 나의 집이 생기고, 또 나의 새로운 꿈인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른이지만 꿈을 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