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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 일주일이나 머문 이유

미술관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는 도시 '마드리드'

by cucu

뮌헨 노이에 피나코텍에서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을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난다. 그림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달까. 독일 워킹홀리데이로 독일 땅을 밟은 이후로 집 문제며 직장문제며 여러 힘든 점이 많았던 그때. 고흐의 '해바라기'는 괜찮다며 내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그 이후로 나는 미술관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미술관을 거느리고 있는 유럽 땅은 그런 면에서 내가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다.



스페인에서 한 달씩이나 여행하면서, 마드리드에 일주일씩이나 머문다고 하면 사람들은 모두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볼 거 없는 도시에 일주일씩이나"

모두 이런 말이 돌아왔다.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인데, 볼 게 영 없는 건 아니다. 다른 유럽 대도시들에 비해서 즐길 거니 놀거리가 적을 뿐이지.

이런 도시에 내가 일주일이나 머문 이유는 미술관 때문이다. 마드리는 미술관의 도시이다. 대표적으로 프라도 미술관, 소피아 미술관 등등 다양한 규모의 미술관들이 즐비하는 곳이다. 이런 도시에 내가 머문 일주일은 어쩌면 적은 시간은 아니었을까.

20181215_130932_HDR.jpg 프라도 미술관 입구


프라도 미술관에서 길을 잃어 헤맬 때도 (프라도 미술관은 정말 구조가 미로 같다.)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길을 찾아 헤매는 게 그저 흥미롭기만 했다. (다리는 조금 아팠지만^^;;)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서 그 엄청난 규모의 '게르니카' 그림을 보고 압도당하기도 했다. 그 끔찍한 학살 현장을 사실적으로 담을 그림을 아니었지만, 충분히 그 끔찍한 현장이 상상이 되고 마음이 아플 만큼 압도당하고 마음이 아픈 작품이었다.

20181216_135100.jpg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의 고흐 작품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컬렉션을 두루 갖추고 있는 프라도 미술관, 미술사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게르니카에 압도당했던 소피아 미술관도 물론 너무나 훌륭한 미술관이었지만,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미술관을 꼽아보라면, 나는 주저 않고 '소로야 미술관'을 꼽겠다.

20181218_161250.jpg 소로야 미술관의 정원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 인상주의 화가 소로야의 집을 그대로 미술관으로 꾸려 놓은 곳이다. 다른 규모가 큰 미술관에 비해, 규모가 작기도 하고, 시내에서 조금은 동떨어진 동네에 자리하다 보니, 찾아가다가 그냥 지나칠 뻔도 했다.


소로야미술관의 정원

소로야가 그토록 아름다운 정원을 꾸미고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름다운 정원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런 정원에 둘러싸인 집에 살면,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 질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집에서 그가 남긴 작품들을 바라보았다. 따뜻한 느낌이었다. 특히나 따뜻한 시선으로 여인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그린 그림들을 보니 왠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었다. 저토록 따뜻한 색채로 그려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소로야의 작품들

기프트 샵에서도 들뜬 마음으로 그의 그림이 그려진 엽서들도 골랐다. 그리고 내가 느낀 그 따뜻한 감성들을 혼자만 간직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워서 친구들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주기도 했다.



마드리드. 누군가에게는 그저 유럽을 통하는 관문 정도로만 짧게 들리는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수많은 미술작품들에 감동하고 압도당하고, 위로받는 그런 곳이다. 그러니 부디 넉넉한 일정으로 머물러서 그 작품들의 여운을 즐겨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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