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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Sep 09. 2019

또 하나의 여행

6 DAYS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몸살이 나서 오늘은 잠시 쉬기로 결정했다.

기쁜 마음으로 돌아다니지 못할 바에야 숙소에서 하루 종일 자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가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쉬는 와중에도 불안한 마음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아 책 한 권을 읽고 시와 일기를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오늘 하루 종일 잠만 잔 것 같다. 조원들은 오늘 하얀 절벽으로 유명한 브라이튼으로 향했고 나는 그저 멍한 내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몸은 점점 회복되고 저녁이 돼서야 기운이 났다. 오늘은 조원들이 일찍 돌아와서 같이 저녁 산책을 나갔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나를 위로해주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들의 마음을 들어보지는 못했으니 함부로 단정 짓지는 못하겠다. 근처 공원인 햄프스 태드 히스를 가고 있었는데 조원 중 한 명이 오늘은 낯선 길로 가보자는 제안에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놀이터를 만났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다들 동심으로 돌아가 누군가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신나게 놀았다. 신기하게도 나이 대에 맞는 놀이터가 3개나 있었는데 청소년들을 위한 놀이터로 보이는 곳이 하나 있었다. 다른 놀이터는 한국에서 흔히 보던 것이라 신기하지 않았는데 청소년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는 사이즈 자체가 컸다. 우리 체격에 딱 맞아 거기서 몇 분을 놀았는지 모르겠다. 조원 중 한 언니가 “원래 이런 소소한 것이 기억에 잘 남는 법이지.” 말하며 오늘의 시간을 잘 설명해주었다. 맞다.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유명 관광지에서 보낸 순간보다 지금이 더 행복한 것은 아마 여행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여행을 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한 것인지 유명 관광지를 찾으러 다니면서 랜드 마크를 찍었다는 증빙을 보이는 것을 아닐 터. 그래서 오늘의 여행은 이곳으로 충분했고 행복했다. 내가 휴식이라고 단정 지었던 오늘은 쉼이 아닌 또 하나의 여행이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되돌이표    


비딱해진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

한발 - 한발 -

거뭇해진

낡은 신발을 신는다.    


먼지가 쌓인

큼큼한 복도를 지나

얇은 나무판자 계단을

끼익 -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려간다.  

   

현관문을 나서

파랗게 물든 하늘을 보고

숨을 크게 한번 내쉬며

편안히 머물고 있던 공기를

하늘에 퍼뜨린다.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쫓아

발걸음을 재촉하여 걸어간다.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 보지만

하염없이 제자리걸음만

하염없이 제자리걸음만    


앞으로 가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하루 종일

의미 없는 걸음질만 하고 있다.



2019/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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