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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Sep 10. 2019

대영박물관의 살아 숨 쉬는 유물

7 DAYS

오늘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대영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다는 소식에 박물관에 들어가자마자 오디오를 빌리러 갔다. 국제학생증을 발급하지 않아 성인 금액으로 내려했는데 직원이 학생이냐고 물어봤다. 학생은 맞는데 학생증은 없다고 말하니 친절하게 할인을 해주었다. 필자와 같은 경우를 참고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를 바란다.



워낙 방대한 유물들이 있기에 쭉 훑어볼 수 있게 도와주는 둘러보기 메뉴를 선택했다. 순서대로 유물들을 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전시관인 계몽주의 시대로 들어갔다. 해당 전시관에서 인상 깊게 본 것은 런던 올림픽에 나왔던 원반 던지는 사람이었다. 기원전 460년쯤 그리스 조각가 미론이 청동으로 만들었다고 하며 지금은 그 청동 원작은 전해지지 않고 로마 시대 때인 2세기쯤 이 원작을 그대로 대리석으로 모방해 만든 작품만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낯익은 작품이라 유심히 보았는데 오디오의 설명을 덧붙여서 쓰자면 이 작품이 대단하게 평가되고 있는 이유는 생동감 넘치는 표현 때문이다. 원반을 막 던지려는 사람의 힘줄을 표현한 듯한 근육과 힘이 들어간 발가락의 표현 등 정교한 부분들로 인해 후세에도 전해지는 것 같다. 이 전시관에서는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작품이 많이 있지 않아 이집트 전시관으로 넘어갔다.



들어서는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혔다. 실제 이집트에 온 것처럼 전시관의 분위기에 압도됐다. 상형문자를 교과서에서만 본 것이 다였는데 실제로 보니 재미있는 부분이 많이 보였다. 왕들의 리스트를 적은 상형문자를 보았을 때는 공통된 문자를 찾으며 보는 재미가 있었고, 세 가지 다른 문자로 나뉜 로제타석에서는 하나하나 표현한 부분이 다르다는 것과 이 비석으로 인해 상형문자 연구를 시작했다는 것에 흥미로웠다. 이 문장의 해독은 고대 이집트의 문명세계를 밝혀내는 인류문화사의 가장 중대한 사건이라고 한다. 또한 로제타석이 이곳에 있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영국의 잔인한 역사를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전쟁에서 진 프랑스군은 알렉산드리아 항복 협정에 따라 이집트에서 수집한 골동품들을 영국군에게 모두 양도하게 되어 현재 이 자리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만든 자는 따로 있고 보여주는 이는 따로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카이로의 이집트 박물관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크고 주요한 이집트 유물 컬렉션을 보유했으며 가장 큰 전시공간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전시하고 있는 작품들은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집트 유물 컬렉션의 4% 불과한다는 것이다. 과연 식민지 국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집트의 거대 흉상을 보며 위용을 느끼기도 하고 어떤 석재를 사용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며 보기도 했다.



조각상들을 수도 없이 마주했지만 필자가 인상 깊게 보았던 곳은 아시리아 제국의 부조와 영국 사람들이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사용했던 약을 전시했던 작품이었다. 첫 번째 아시리아 제국의 부조를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사자 사냥, 전쟁 등 잔인한 장면을 표현한 것도 있지만 석판을 이용해 표현한 방법들이 신기했다. 아시리아 제국의 부조는 이집트 전시관 옆에 있는데 길게 늘어선 것을 차근차근 보다 보면 그 과정들이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작품만으로도 이야기를 알 수 있어 흥미를 느꼈다. 두 번째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작품은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알약들을 모아 끝없이 진열해 놓은 설치 작품이다. 유물들 사이에 위치한 모습이 의아해볼 수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눈에 뜬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대영박물관에서 다룬 취지가 궁금해지지만 아마 생명에 대한 강조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사람은 의약에 의존을 하고 수많은 약을 먹으며 생명연장을 하고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보호물품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러 고비를 통해 살아가고 최후에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앞으로 살아나가야 할 날들에 대한 생각을 했다. 두 가지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대의 배경을 모르면 이렇게 장소에서나마 알 수 있는 스토리가 담긴 작품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박물관을 거닐며 생각했던 점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아우성들을 뒤로하고 눈을 감은 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많은 유물을 하루 안에 보기에는 힘들지만 하나를 보더라도 잘 보고 싶었다. 배경과 만든 이를 알고 용도를 알아가는 것이 유물을 대하는 자세인데 방문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하루이다. 박물관을 나오며 역사를 깊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역사에 대한 책을 사서 조금이라도 이해를 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이 순간을 기억하며 재 방문하였을 때 대영박물관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필자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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