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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Sep 11. 2019

문화와 예술의 도시 런던

8 DAYS

오늘은 문화와 예술을 체험하는 날이다.

오후 2시에 내셔널 갤러리를 갔다가 저녁에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을 볼 예정이었다. 내셔널 갤러리는 워낙 유명해서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었던 미술관이었다. 처음 입구에 들어서자 놀란 입은 다물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보았던 미술관과 차원이 달랐다. 식민지 국가였기에 문화재 보존이 쉽지 않고 귀한 인재를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충분히 알고 있다. 대영박물관처럼 많은 나라의 물건을 약탈하고 보존할 수 있는 영국의 힘에 치가 떨리기도 했지만 내셔널 갤러리처럼 귀한 문화재를 수집하고 잘 보존한 것에 있어서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단언컨대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광경일 것이라고 자신해서 말한다.



내셔널 갤러리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트라팔가 스퀘어에 위치해있는 미술관이며, 13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회화 약 23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문화와 예술이 꽃피운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이 미술관에 대해 설명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보티첼리 그림이 가장 보고 싶었지만 오디오가 제공되는 그림부 터보다 보니 한 점도 보지 못했다는 것은 비밀이다.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그림 보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림을 보면 어떤 기법을 썼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그림에 대한 스토리를 추측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연도별로 그림이 걸려있으나,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기에 해당 그림이 많이 있는 전시관으로 향했다.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을 보지 못하고 대부분 18~19세기 그림을 보고 왔다. 유명한 화가 중에는 모네랑 고흐의 그림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화가는 토머스 게인즈버러와 존 컨스터블이었다. 평소 좋아하던 그림을 생각하면 표정이 선명하게 나온 것을 좋아하지만 마음에 들었던 이 두 화가의 작품은 풍경화였다.



같은 전시관에 있고,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농촌의 풍경이었다. 인물의 생각이나 행동에 있어 스스로 의미 부여를 하는 작업은 언제나 흥미롭다. 존 컨스터블의 건초 마차에서는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우울해 보일 수 있는 상황들을 정감 있게 그려냈고 그런 느낌들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존 컨스터블이 그린 두 점의 그림을 보다 보니 토머스 게인즈버러의 농촌 풍경이 나왔다. 신기하게도 이 그림에서는 어둡고 우울한 기분이 느껴졌다. 자세히 보니 나무는 검은색의 색채가 많이 보였고, 하늘에서는 까마귀가 날아다녔으며 인물의 표정은 흐릿하지만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같은 농촌이지만 색채와 인물의 표정이 나오는 것만으로 분위기를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다른 전시관으로 이동하니 두 소녀의 그림이 걸려있었는데 필자는 이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작품명은 나비를 쫓는 화가의 딸들이다. 작가를 보니 토머스 게인즈버러의 그림이었다. 나비를 유심히 보는 소녀와 무심하게 쳐다보는 소녀의 성격이 그림에 고스란히 나타났고, 이 소녀의 눈동자 위치와 피부색, 속눈썹 길이 그리고 얼굴 형태로 이들의 성격을 드러나게 하는 그림에 놀라웠다. 이성적인 성격을 소유했을 것 같은 소녀와 감정적인 성격을 소유한 것 같은 소녀의 그림이 각자의 성격에서 보이는 시야가 두 가지의 시야로 폭넓게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으로 인해 세상의 풍요와 자아의 중심을 잡기 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작품에 대한 진짜 답은 알 수 없다. 다만 작품의 작가는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 작품을 느껴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하여 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사실 궁금한 마음에 찾아보기는 했으나, 작품의 해설은 생략한다. 보는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마감시간이 될 때까지 갤러리 전체를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다. 유명한 관광지를 다 돌고 시간이 남으면 다시 한번 내셔널 갤러리에 올 생각이다.



갤러리에서 나와 샌드위치를 먹고 7시 30분에 시작하는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갔다. 외관이 아름답기는 했으나, 건물이 크지 않아 세트에 대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뮤지컬이 시작하자마자 나의 오만함에 혀를 내둘렀다. 비록 언어는 잘 알아듣지 못해도 배우들의 연기, 의상, 연출, 세트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줄거리와 뮤지컬의 넘버가 워낙 유명하기에 예상 가능한 뮤지컬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무색하게 마지막 장면에서 감동하여 울고 말았다. 영국에 오면 뮤지컬을 꼭 보길 바란다. 그렇게 벅찬 감동을 끌어안고 숙소로 들어와 다시 한번 오늘의 감정을 곱씹었다. 과연 문화와 예술의 도시 런던답다.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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