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RAVELER D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고 Sep 11. 2019

다양한 작품과 다양한 생각

9 DAYS

오늘은 데이트 모던을 가기로 했다. 


전에 한번 갔지만 시간이 없어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방문하였다. 데이트 모던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방치되었던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새로 개조한 곳이다. 외부는 그대로 보존하고 내부만 완전히 바꾸었다. 4층까지 무료 전시를 하는데 다 보지 못하고 2층까지만 구경을 하고 나올 정도로 현대 미술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곳이다. 한층만 해도 방대한 작품이 있고 전시관마다 다루는 주제도 다양하니 하루 종일 봐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오늘 본 작품 중에 인상 깊은 작품과 함께 느낀 감정을 끄적여본다. 이번에 데이트 모던을 방문하는 분들이 있다면 작품을 볼 때 참고가 될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Dod Procter - Morning이었다. 여성을 많이 그리는 화가이며, 해당 작품은 1927년 로열 아카데미 전시에 출품되어 올해의 그림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그림 속 모델은 시 씨 반즈라는 16세 소녀로 화가가 살던 영국 작은 시골 마을의 어부의 딸이라고 하며 이 그림을 위해 5주 동안 거의 매일 같은 자세를 취해줬다고 한다. 이 그림을 보면 창문이 나와 있지 않지만 아침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빛의 표현이 세세하고 정밀하게 표현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밤이라는 것을 납득시키기에는 어두운 색채가 들어가지 않았고 잠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상황은 여성의 살갗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흰색, 살구색 등 단순하게 색을 사용했지만 깊이 있는 색채를 통해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말 놀라운 그림이다. 해당 작가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성의 그림을 많이 표현하고 사색과 중심을 가진 모습을 많이 그리고 있다고 한다. 이 화가의 전반적인 그림을 보면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행위를 표현한 것 같아 정감이 간다. 한 블로그에서도 해당 작가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성적과 미의 주체로만 여성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사색의 존재로 표현한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고 말이다. 이 그림을 본 뒤로 Dod Procter이라는 화가를 좋아하게 됐으며, 해당 작품에 대한 빛의 표현법에 기암 하게 된 순간이었다. 이 작품을 눈에 담은 후 다른 전시관으로 이동하였다.


쭉 둘러보고 있는데 미술관 바닥에 앉아 할머니와 한 소년이 그림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할머니는 아이에게 이 그림의 첫 느낌을 물어본 다음 관련 지식을 전하며 그림 보는 눈을 키워주는 것 같았다. 이 장면이 어찌나 인상 깊던지 나도 모르게 계속 눈길이 갔다.

이들이 보는 작품이 무슨 그림인가 하고 보았는데 Claude Monet - Water Lilies 작품이었다. 프랑스의 인상파 양식의 창시자 중 한 사람으로 빛은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원칙을 고수했던 작가이다. 필자는 유명한 그림일수록 최대한 좋아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려 한다. 무슨 의미냐고 물어본다면 유명하다는 이유 하에 괜스레 좋아지는 마음을 떨쳐내고 스스로 느끼고 싶어 한다는 의미이다. 작가를 보지 않고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 도대체 왜 이렇게 그렸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면서 봤는데 투박하게 그린듯하지만 수련의 느낌을 잘 살렸다는 생각을 했다. 연못 속에 흐릿한 면과 떠오르는 면의 색채를 잘 활용해서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 뒤에 작가를 보니 모네였던 것이다. 인상주의를 전파한 모네는 스냅사진처럼 즉각적인 인상의 효과를 전달하여 애썼다고 한다. 변화의 물결은 거부를 일으키듯 모네의 그림은 환영받지 못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인정을 받은 것으로 안다. 한국화를 전공한 동생이 이렇게 유명한 화가는 기본적인 기법을 잘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방식을 넣었기에 대단한 것이라고 했다. 필자도 그 말에 동감한다. 공부를 잘하기까지 어렵지만 공부를 잘하면 진짜 나만의 전공 공부를 하게 되는 그런 느낌의 말이 아닌가 싶다. 간혹 개성부터 먼저 뽐내며 잘되는 경우는 있지만 극히 드무니깐. 그래서 유명한 화가의 작품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유명한 화가를 작품보다 먼저 좋아하지 않으리라고 말이다.


내셔널 갤러리는 사실적인 묘사로 인해 그 당시의 배경과 문화를 알 수 있었다면 현대미술관인 데이트 모던은 생각의 표현방법을 다양하게 나열해놓은 것 같았다.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건축, 모형 등 이외에도 다양한 수단으로 작품을 표현하였다. 개인적으로 전쟁을 다룬 전시관을 자세하게 쓰고 싶었지만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차마 글로 풀어쓰지는 못했다. 간단하게 전시에 대한 내용을 말하자면 전쟁의 폐해를 사진, 그림, 영상 등으로 표현을 하였고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하기 작품이다.

날아오는 총알을 표현한 것 같은 이 작품이 마음에 든다. 결국은 싸우는 자들의 피해는 양쪽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전쟁을 다룬 전시관에서 작품을 보다 보면 오싹하고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렇기에 전쟁이라는 느낌을 더욱 잘 전해주는 것 같다. 작품을 보면서 전쟁이 없어진 이유는 한 시대의 자산이 바뀌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영토보다는 생명이 더욱 필요해진 시대이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다른 수단으로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작품을 본만큼 다양한 생각과 정보를 접하며 미술관을 즐겼다. 체력 소모로 인해 미술관 의자에 앉아 잠시 잠을 잤는데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민망했지만 한숨 자고 나니 작품을 보는데 더 집중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데이트 모던을 보고 나서 런던탑 외관을 보고 타워 브리지에 올라가 건물 한번 만져보니 벌써 오늘 하루의 일정은 끝을 달리고 있었다. 


2019/07/10





매거진의 이전글 문화와 예술의 도시 런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