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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Sep 12. 2019

리더의 무게

10 DAYS


안녕 코리아 축제 준비를 다 끝내고 아침 수업을 빠지니 하루의 시간은 잠으로 채워져 허무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원래는 조원들이 오전 수업을 듣는 동안 혼자서 내셔널 갤러리를 갔다가 오후에 조원들을 만나서 포토벨로 마켓을 가려했다. 늦게 일어나서 결국 오후 일정만 소화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2시쯤 로비에 모여 포토벨로 마켓으로 향했다.


 Camden Market 골목


조원 중 한 명에게 “우리 이제 런던 다 정복했다. 찾는 거 어렵지 않네.”라고 말하며 의기양양하게 말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포토벨로 마켓에 도착하니 실제로 마켓은 현지 시장 느낌이 났고 아기자기하고 예쁜 느낌은 없었다. 생각보다 볼 게 없다고 생각하며 거리를 서성이다 혹시 몰라 현지인에게 포토벨로 마켓 사진을 보여주며 이곳이 맞냐고 물어보니 이게 웬걸. 우리가 본 포토벨로 마켓은 정반대 위치해있었다. 포토벨로 마켓을 한국어로 치며 여행객들이 찾는 마켓이 아니라 지금 와 있는 동네 시장으로 오게 된다. 반드시 영어로 검색해서 노팅힐 포토벨로 마켓으로 목적지를 설정해야 한다. 한 조를 이끌어가는 조장이다 보니 길 찾기도 자연스레 내 몫이 되었다. 그러니 이곳을 찾은 나의 책임 또한 컸다. 조원들은 원망의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기분 상한 것이 보이니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2명은 근처에 있는 유명 관광지로 발길을 돌린다고 하고 나머지 1명은 숙소로 복귀를 한다고 했다. 그 사이에서 나의 미안함과 고민은 더욱 커져만 갔다. 길을 잘못 찾아 그들의 시간과 돈을 더 쓰게 했다는 생각에 우울해져서 나도 숙소로 복귀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한 언니는 “액땜했네”라고 말하며 안 좋은 감정을 떨쳐내려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은 것이 보였다. 물론 다른 조원들도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온전히 나의 잘못만이 아닌 것 또한 알고 있으며 매번 길을 찾아야 나의 부담도 알아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내가 하기로 한 이상 경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출발했어야 한다. 런던에 포토벨로 마켓을 가는 여행자들은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검색하고 후기도 확인해서 지금 여기가 아닌 노팅힐 포토벨로 마켓에 도착하기를 바란다.


잘못 찾아온 현지 포토벨로 마켓


그렇게 결국 숙소로 돌아오는 조원과 함께 무거운 발걸음과 불편한 마음으로 왔다. 숙소에 도착하기 한 정거장 전에 조원 언니가 내게 이런 제안을 했다. 숙소 근처에 있는 Camden Market 가자는 것이다. 알겠다는 말과 함께 해당 역에서 내렸다. 볼 것도 많고 거리가 예뻐서 숙소로 돌아가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조원 언니와 함께 저녁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언니의 기분이 한결 나아진 것이 보였다. 실제로 언니의 마음은 모르겠으나 그래도 오늘 하루가 조원들에게 안 좋게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임을 맡은 것도 나의 선택이고 잘못된 길로 인도한 것도 나의 책임이니 다시 한번 이 자리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이끌어가는 것은 희생이라는 단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주의를 기울여 그들이 잘못된 길로 향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역시 희생 없는 권위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숙소 근처에 있는 Camden Market


20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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