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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Sep 13. 2019

초대받지 못한 손님

11 DAYS

아이쿠스에서 진행하는 핵심 일정은 바로 오늘이다.


안녕 코리아 축제를 하는 날, 축제 설명을 간략히 말하자면 런던의 King‘s Cross St Pancras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공연을 하고 관련 제품을 판매하여 수익창출을 하는 활동이었다. 작년까지는 봉사활동 시간이 나오다 보니 수익창출이 아닌 문화를 알리는데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 여름 방학 때부터 국내 기준이 까다로워져서 봉사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수익 창출로 취지를 변경하여 마켓에도 초점을 두었다. 공연과 마켓팀으로 나뉘는데 필자는 말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마켓 팀으로 들어갔고 조원들과 상의하여 한글 머리핀과 한국화를 그린 부채를 판매하였다. 실제로 한국화를 전공한 조원이 있어 그림을 직접 그려서 판매하였으며 인기가 가장 많은 제품이었다. 판매를 하기 전에 런던 사람들의 소비문화를 알아보니 기본적으로 영국 사람들은 아름답고 쓸모 있는 옛 것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의식이 자리 잡아 수공예 제품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양화 부채와 같은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하게 되었다.


출처 : 아이쿠스

축제 준비를 하는 동안 주최 측의 행동에 대하여 불편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 그 점에 대해 의사 표명을 하니 그다음부터 주의를 해주어 다행히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제품을 미리 준비 해왔기 때문에 런던에 와서는 홍보물 제작에만 시간을 쏟았다. 그 시간의 결실을 맺을 날이 오늘이었다. 시작하기 1시간 전에 도착하여 부스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벌써부터 궁금한 듯이 몰려오는 외국인들이 있었다. 반응이 좋아 보여 완판의 꿈을 기대하며 홍보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흥미를 끌기 위해 태권도 도복을 입고 판매를 하였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시선은 쌀쌀맞았다. 기존 한국에서의 마켓 경험은 여러 번 있었지만 확실히 자국민의 시선과는 달랐다. 무엇보다 동양인을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어 한국 문화 축제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인상을 찌푸리며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왔던 나인데 동양인으로서 무시당하는 기분은 참 비참했다. 우리나라를 아는 외국인들은 있기는 하나 많이 아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시선을 무릎 쓰고 꿋꿋이 홍보하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기차를 타기 위해 바삐 걸어가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홍보를 하다 문뜩 든 생각이 내가 돈을 내고 유럽여행을 하러 왔는데 왜 구걸을 하러 왔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원치 않은 행위를 하고 반응도 좋지 않으니 문화를 알리는 뿌듯함이 느껴지지 않아 힘이 빠졌다.



물품과 유동인구에 비해 역시나 수익은 적었다. 축제가 끝나고 나서 조원들과 축제 준비를 하며 고생한 시간을 보상하기 위해 바로 위층에 있던 음식점으로 갔다. 우리가 갔던 음식점은 일식 맛집으로 유명한 와사비였다. 가격도 괜찮고 맛도 좋았다. 그렇게 서로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건네며 축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른 시간에 끝나 오후 일정을 가질 수 있어 우리는 하이드 파크에 가기로 했다. 영국 왕실 소유의 정원을 공원으로 조성한 것으로 그에 걸맞게 예뻤고 아름다웠다. 잔디밭에 앉아 책과 하늘을 보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짜릿했다. 그렇게 하루의 고단함을 공원에서의 휴식으로 해소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끝없이 안 좋은 점들만 나열하게 되지만 실제로 필자가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쓰고 싶었다. 그래도 런던에서 판매를 해볼 수 있는 경험은 이색적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판매를 하면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도 했으니 개인마다 얻는 경험은 다르고 느끼는 기분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이렇게 오늘도 다양하고 이색적인 경험들로 런던에서의 하루를 채워갔다. 부디 우리 모두에게 런던에서의 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안녕 코리아 축제 자세한 정보*

아이쿠스에서 10년 동안 진행해온 축제로 이번에는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여 한국문화를 알리는 동시에 학생들의 여행자금을 마련해주기 위한 취지로 진행됐다. 작년까지는 봉사활동 시간이 주어져 판매가 아닌 무료 나눔 형식으로 진행됐으나 올여름부터는 봉사시간이 없어 수익창출 목적으로 바뀌었다. 마켓팀/공연팀으로 나뉘며 마켓팀은 자본금 3만 원을 가지고 조(6명)에서 판매할 물품을 정하여 물품 가격이나 홍보 방법 등을 정하여 축제 당일에 판매한다. 공연팀은 부채팀/태권도/k-pop-/농악으로 나뉘며 원하는 팀으로 들어가서 2주 동안 연습을 한 뒤에 축제 당일에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에 방식이 바뀌어서인지 아니면 장소가 달라졌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생각보다 현지 사람들이 흥미를 보이지 않아 수익금이 적었으며 공연 팀 중에는 전공자 없이 무대를 하는 팀도 있었다. 앞에서 언급했듯 담당해주는 분들 중에 관련 전공자가 없어 관련 학과를 전공한 학생이 팀을 이끌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 참조 링크 : http://icoos.kr/77

*런던 소비문화*
기본적으로 영국 사람들은 아름답고 쓸모 있는 옛 것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수공예 제품이 꽤 많은 곳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소량 생산한 희귀한 제품들이 많이 있기에 드문 제품을 사려는 것을 굳이 추구하지는 않는다. 영국 사람들은 100년이 지난 제품을 앤티크, 100년이 안된 제품은 빈티지, 30년 정도 된 제품은 레트로 라 부르면서 쓸만하고 아름다운 옛것들을 구매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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