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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Sep 14. 2019

공부를 하는 이유

12 DAYS

영국의 유명한 대학교 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옥스퍼드이다.


옥스퍼드는 천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곳으로 당일 투어를 신청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영국에서 가장 많은 역대 수상들을 배출해온 지성의 뿌리인 옥스퍼드 대학교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38개의 College (일반대학 개념)와 6개의 permanent private hall(신학대학 개념)로 구성되어있다. 옥스퍼드 시에 수십여 개의 대학들이 모여 있던 형태가 변모하여 지금의 대학교를 이루었다고 하며 시 전체가 대학가라고 봐도 될 정도이다.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옥스퍼드 시스템과 흡사하다고 보면 된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시험 보는 날 교복을 반드시 갖춰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카네이션도 시험 보는 날에 꼭 달아야 한다. 첫 시험 날에는 하얀색 카네이션, 마지막 시험 날에는 붉은색 카네이션, 그 중간에는 분홍색 카네이션을 단다고 한다. 명문대학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이런 철저한 규율도 한몫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시험도 1년에 한 번만 치른다고 하니 공부량을 비롯한 그들의 노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옥스퍼드 하면 가장 유명한 교육법이 ‘옥스퍼드 튜토리얼’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튜터와 학생이 일대일 혹시 일 대 이로 만나 일주일에 한두 번씩 직접 대면하고 학습하는 과정이다. 주제에 관해 스스로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여 에세이를 작성한 뒤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이끄는 교육 방식이다. 학생끼리 의견을 나누는 것이 아닌 교수와의 토론이라니 생각만 해도 조사할 자료량에 아득하다. 한국에서도 세미나라는 수업이 진행된다. 비록 일대일이 아닌 다수로 수업이 진행되지만 질문과 토론이 들어간 수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교수가 아닌 학생끼리 의견을 내다보니 조금 더 심도 있는 토론으로 이어가는데 한계가 있다. 관련 자료를 조사할 때도 대상에 따라 준비하는 마음가짐도 다를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튜토리얼과 세미나 수업은 확연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손꼽히는 명문대학의 이유가 여기 있나 보다. 튜토리얼이란 수업이 존재하는 것도 놀랍지만 그 수업을 소화해내는 옥스퍼드의 학생들도 존경스럽다. 흔히 엘리트만 들어갈 수 있는 학교라고 말할 만큼 입학 전 그들의 노력도 헤아려지지가 않는데 이렇게까지 공부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부하는 이유가 문뜩 궁금해졌다. 필자가 고심을 한 바 희망을 잡기 위해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만큼 희망의 존재가 큰 것인데 신분상승을 위한 것과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이 모든 것이 해당 범주 안에 속하니 추상적이지만 우리는 희망을 잡기 위해 공부한다고 말하고 싶다. 옛날 옛적 수메르인의 일기만 봐도 공부를 통해 발전한 것이 보이니 인간과 공부는 오래전부터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본다. 그 연결고리가 희망이 되는 것이고 사람들은 이 존재를 귀하게 여기게 되는 것 같다. 고아에서 유명한 성악가로 태어난 최성봉이란 사람을 알고 있는가? 유년시절 나이트클럽에서 껌을 팔다 들은 성악가의 노래가 그에게 행복을 선사해준 것이다. 그 희망의 빛 한줄기 잡아 수없는 좌절과 노력 끝에 꿈을 이룬 사람이다. 그런 동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최성봉이 우리 앞에 나타났을까. 그만큼 희망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안이 풍요로운 사람들이 잘 자라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단어를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행복이기에 다양하고 많은 것을 접한 이들이 희망이라는 고리도 더욱 잘 형성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 평생 암흑만 보게 된다면 행복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이 단어 형성의 작용을 바라보면 그곳에 감사함과 겸손함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기력’ 이 우리에게 있어 가장 큰 적이 아닐까 싶다. 흔히들 말하는 꿈과 목표가 없을 때의 상황 말이다. 꿈이 생겨서 나를 하루아침에 바꾼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나 싶지만 확연한 꿈을 만드는 것조차 어렵다. 불분명한 희망을 가지고 확연한 꿈이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자에게는 가장 멋있게 다가온다. 당연히 목표를 이룬 이들의 노력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희망을 잡기 그 이전의 노력에 칭송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 공부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최고의 대학에 들어간 사람들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옥스퍼드 학생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기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대학의 순위로 신분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다. 필자는 이렇게 사람을 변별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같은 인권을 가진 인간으로 누구도 무시받을 자격은 없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존경과 무시는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다. 존경을 받는 이와 존경을 받지 않는 이가 존재할 뿐 이것이 인권을 짓밟는 도구가 된다면 나는 기꺼이 목소리를 낼 것이다. 노력에 의해 받는 그 성취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달콤하지만 이 세상에 노력하지 않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걸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한국은 한 가지 잣대로 노력을 객관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바로 내 옆에 자신의 생을 위해 끝없이 사투를 벌이는 이들이 존재하니 그들의 고된 싸움을 더 부추기는 것이 아닌 잘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인간으로서 이웃으로써 해줄 수 있는 도리라고 본다. 이런 세상이 바로 차별 없는 세상이 아닐까. 공부한 자를 통해 맛보는 좋은 아이디어에서 우리의 노력을 통해 그것을 더 빛내게 된다면 모두가 바라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성의 뿌리인 옥스퍼드를 바라보며 인류가 공부하는 이유와 공부로 인해 벌어지는 참혹한 현상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옥스퍼드를 나오면서 나지막이 내뱉는다. 똑똑함이 악으로써 변질되는 것이 아닌 같이 살아가는 세상에 좋은 역할을 하여 그 지성을 빛내기 위한 사람들이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20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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