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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Sep 16. 2019

인종차별

13 DAYS


영국에 와서 2일에 한번 꼴로 인종차별을 당했다.


같이 사는 룸메이트와도 갈등이 있는데 인종차별까지 당하니 런던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게 남을 것 같다. 친절한 사람도 물론 있다. 그러나 인종차별을 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난 것은 기분 탓일까. 지나가는데 소리를 지르며 비웃음을 짓는 어린 학생들, 덩치가 산만한 청년이 뱉고 간 Yellow Dog, 맥도널드에서 중국인이라고 희롱하는 발언 그리고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들은 아시아 비하 발언 등 수많은 인종차별을 당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카페에서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며 하루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밖으로 나섰다. 카페를 찾고 있는 시점에 한 여자가 신천지 같은 홍보 종이를 들이밀었고 그 옆에 있는 2명의 사람이 나를 보며 이상하다는 제스처와 함께 비웃는 모든 상황들이 영국이란 나라에 치가 떨리게 만들었다. 처음에 인종차별을 당했을 때는 그들이 못나서 저런 것이고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동양 여자의 세계적인 인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런던 Kentish Town에 위치한 숙소에서 지내는 동안 이태리 학생들이 단체로 수련회에 왔었다. 직접적으로 겪지 않았지만 주최 측에서 올린 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태리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에게 인종차별을 하여 이태리 선생님이 오전 수업시간에 들어와서 사과를 할 것이라는 글이었다. 숙소에서 조차 우리를 이렇게 비하하는 사람이 많은데 밖에 나가면 과연 좋은 인식이 있을까. 안녕 코리아 축제에서도 수익창출이란 허무맹랑한 목적으로 열심히 홍보했지만 동양인이라는 존재를 벌레 보듯 한 사람이 많았고, 그 시선을 무시하고 애써 노력했지만 우리가 구걸하는 느낌이 들어 힘이 빠졌던 기억이 있다. 그에 비해 물건을 산 사람도 있지만 우리가 사입한 물건에 비해 판매한 실적은 미미했다. 많은 사람들은 지갑을 열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마켓 경험이 여러 번 있지만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기분은 생각보다 비참하다. 이를 통해 인종차별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집중하고 관련 글을 쓰게 되었다.


몇몇 회사 광고에서는 동양 여자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있고, 영화에서는 주연이 아닌 조연을 하는 경우를 많이 엿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확립된 인종의 틀을 깬 블랙 팬서, 윈더 우먼 등의 영화가 흥행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관련 글을 읽으며 인종차별에 대한 글을 메모하였는데 한 가지 주장을 인용하려 한다. 동양인 교류 경험이 적고 서유럽에 비해 교육 수준이 낮은 자들이 본인도 이민자라는 생각으로 낮은 자존감을 형성하여 인종차별을 하게 만든다는 글이었다. 동감한다. 그러나 내가 경험했던 인종차별은 현지인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겪었다. 우리를 도와주고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비판하고 싶지는 않으나, 그들의 행동이 한 나라의 이미지를 확립시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여행할 때 행동을 조심하자는 것도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에게도 똑같은 잣대로 요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세계의 정세를 다룬 기사의 간접적인 경험보다는 직접적으로 경험한 사건들이 나라의 이미지를 정하게 되는 것 같다. 개개인의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들이 깨닫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인종차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농촌에서 일어나는 이민자들의 처우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의 차별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닌 그들의 차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알고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많은 글의 결론은 인종차별을 당한 것에서 시작하여 자국민의 성찰로 끝나는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조금 다른 결론을 맺고자 한다. 주최 측 대표와 식사를 할 때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대표님은 런던에 와서 인종차별을 당하셨어요?

아니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 동양 여자라서 이렇게 당하는 건가요? 몸을 키워야겠네요.


이런 대화를 나누며 조원들과 벌크 업 하자는 이야기로 웃으며 마무리 지었다. 같은 동양인이라도 남녀에 따라 이렇게 다른 경험을 한다는 것이 씁쓸했다. 이것은 개인적인 경험이기에 다른 경우도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바는 이러하다. 힘, 그래도 바로 힘이다. 권력이든, 체력이든 힘을 상징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지닌 자들은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착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대하면 어쩌겠는가. 두 배로 모욕감을 주는 것이 사람인데, 앞에서는 착하다고 말하지만 뒤에서는 불쌍하다고 말하는 그들인데, 그러니 착함이 아닌 그들에게 힘을 보여주는 것이 적어도 개인의 안위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다. 왜 동양인이 무시받는가? 서양에 세계적인 선진국들이 많이 있지 않은가, 동양보다 서양 사람들이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힘이 없는 사람이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힘으로 짓밟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전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느끼고 반성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를 짓밟는 그 힘의 수단이 변형되어 남아있는 것 같다. 누구보다 선함 마음으로 살고 싶지만 이런 경험으로 인해 겪는 비참함은 선함을 지우는 마음으로 변질된다. 인종차별을 통해 힘의 상징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의 위치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 것은 씁쓸하지만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배우게 된 인생 공부가 되었다. 한 가지 의견을 덧붙이자면 이런 힘에 의한 안위는 승패가 정해지고 결국은 패하는 순간이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201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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