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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Sep 02. 2019

젊은이들의 거리

3 DAYS


오늘은 피카딜리서커스에서 쇼핑을 하기로 하였다. 후기를 보면 영국의 홍대와 같다고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많기는 하나 분위기는 많이 달랐다. 공간의 이질감이 덜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럽의 건축양식을 좋아하는 필자의 개인적인 선호도 일수는 있으나 전형화된 건물이 아닌 옛날 건물을 잘 보존하고 활용하기에 조화롭다는 생각을 했다. 그 안에서 시간이 지난 변화된 문화만이 자연스레 녹아들 뿐이었다. 노천카페처럼 밖에서 맥주를 들고 서서 마시는 모습, 피카딜리서커스 위에 올라가서 앉아있는 모습 등 자유분방한 광경이 여행자의 눈에는 멋있기만 했다. 어느 골목을 걷든 예쁘기 때문에 카메라를 들고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렀다.



헌츠맨 촬영지를 가기 전에 같이 다니는 친구가 선물을 사고 싶어 해서 릴리화이트라는 스포츠 매장에 잠시 들렸다. 돈도 많이 가져가지 않았고 주변에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기에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은 조금 탐이 났었다. 축구에 관심이 없는 나도 이 정도인데 축구 광팬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과 남자아이들이 축구 화를 고르는 모습, 축구공 차는 모습을 보니 세상에는 이렇게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쇼핑을 하고 헌츠맨 촬영지로 향했는데 아쉽게도 마감시간이라 들어가지 못하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 모카커피를 마셨다. 커피의 맛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필자가 마신 커피 중에 최고로 맛있다고 할 만큼 잊지 못할 맛이었다. 영국에 가면 PRET A MANGER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다른 카페에서 이것보다 맛있는 커피를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체인점이기 때문에 필자가 영국에 있는 동안에는 이 카페를 매일 찾아다닐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커피의 힘을 얻어 코벤트 가든으로 향했다. 옛날에 야채장수들이 장사를 하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음식점이 들어서서 영국의 대표 관광지 중에 하나가 되었다. 가로수길 느낌이 나며 근처에서 마술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마술은 시각적인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언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여행자에게 제격인 공연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소품샵도 많이 있어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재미난 소품으로 장난도 치며 시간을 보내니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배가 고파졌다.



어디 갈까 고민을 하다 한국인이라면 꼭 가는 런던의 음식점 버거 앤 랍스터를 갔다. 하루에 쓸 돈만 가지고 다녔는데 오늘은 비싼 와인을 사서 돈이 많이 남지 않았다. 그래서 랍스터는 먹지 못하고 가장 값이 쌌던 오리지널 버거를 사서 오렌지 주스와 함께 마셨다. 맛은 그저 그랬다. 어제 먹었던 파파야 맛이 나는 음식보다는 훨씬 맛이 좋았지만 여전히 한식이 그리울 뿐이었다. 배를 채우고 나서 숙소로 향하는데 키가 180cm 정도 되는 흑인이 우리 옆을 지나가면서 Yellow Dog이라고 욕을 하며 지나갔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벙져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인종차별을 당한 것이었다. 느낌이 이상했다. 어딘가에 가서 동양인이라는 우리를 반겨주지 않을 거라는 기분은 생각보다 초라하다. 그들이 못나서 저러는 거지 하는 생각으로 애써 위로해보지만 동양인이라고 보는 찌푸리는 인상과 험한 욕을 듣는 것은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물론 그만큼 친절한 사람도 많지만 역시나 사람은 안 좋은 것에 더 비중을 두게 되는 법이니깐. 인종차별을 당한 오늘의 순간은 뇌리에서 오래도록 떠나지 않을 것 같다.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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