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하루밖에 없는 날에
과연 모든 사람이 행복할까?
난 20살이후 매년 생일마다 울었다.
그 슬픔의 분기점은 아마도
내생일은 나에게만 특별하단걸 깨달았기 때문.
어릴 때 친구들에게 초대장까지 써가며
내생애 최고의 날처럼 생일을 보낼때가 있었다.
마치 어느 동화의 공주님처럼.
모두가 내 탄생을 기뻐하고
그래서 맛있는 걸 먹고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던 날.
하지만 스무번의 12월 8일이 지나고서야
내생일이 누군가,아니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
그저 흘러가는 날이자
별 다를것 없는 하루라는걸 차츰 깨달았다.
삶의 노동에 팍팍했던 부모님이 내 생일인걸 까먹기도했고
그 많던 친구들은 내생일을 잊고 제 삶을 살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엔 주머니 속 생일을 축하한다는 미용실 할인문자와 안경점 세일 문자가 짐처럼 무겁게 쌓였었고 현관문을 열면 눈 앞엔 껌껌한 집, 내 스스로 불을 켜야만 밝아지는 방구석은 날 참 비참하게 했다.
존재를 축하받는 날에 나는 내 존재의 양감이 의문스러웠고 왜 하필, 오늘같은 날 나는 더 쓸쓸하고 비참한지 억울해 눈물이 났다.
매년 내가 태어났어! 누가 날 좀 축하해줘! 하고 유난을 떨다가도 그 비명이 메아리뿐이란 걸 두 세번 느꼈을 때 '아 이래서 어른이라는 것은 스스로의 생일에 별 기대도, 실망도 하지 않는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 생일에 운 건 나인데 그 이유가 내 존재를 축하받지못해서 라는게 난 참 답답했다.
누군가에게 존재를 축하받아야만 내가 그 존재로서 반짝이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아, 왜 어른은 태어난 날 조차 어려워야 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