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8 - 첫 충돌
망항시의 밤이 빠르게 짙어졌다.
도로의 가로등 불빛은 희미하게 깜빡였고, 도시 전역을 울리던 합창은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경기장 방향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 소리는 단순한 목소리가 아니라, 땅 밑에서 차오르는 진동 같았다.
폐허가 된 운동장.
스타디움 외곽, 수십 명의 감염자가 어둠 속에서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각자의 얼굴을 지녔지만, 움직임은 완벽히 하나였다.
발을 구르는 타이밍, 고개를 드는 각도, 호흡의 길이까지.
쿵. 쿵. 쿵.
집단의 발걸음이 운동장의 콘크리트를 울렸다.
그 울림은 전투의 북소리처럼 규칙적이고 위압적이었다.
멀찍이 자비 일행이 서 있었다.
선희의 가이드는 손끝에서 계속 떨렸고, 그녀는 안대 너머로 허공을 가만히 바라봤다.
노블은 종이를 쥐고, 프린터는 손끝에 빛을 모았으며, 콩은 주머니 속 도구를 꺼내고 있었다.
논알콜은 숨을 고르며 목을 두드렸다.
자비는 나즈막이 이야기하였다.
자비: “……군단은 이제 전열을 갖추었어. 미라뉘주의 손길 아래, 그들은 병자가 아니라 무기야.”
일행의 표정이 굳어졌다.
군단이 움직였다.
수십의 몸이 동시에 돌진하자, 공기가 갈라지며 굉음이 터졌다.
노블이 종이에 글귀를 새겼다.
빛나는 문장이 허공에 떠올라 감염자들을 억누르는 듯했지만, 프린터가 동시에 만들어낸 형상과 충돌해 무너졌다.
빛과 빛이 부딪히며 허공에서 산산조각났다.
노블: “내 글귀가…! 겹쳐버렸어!”
프린터는 이를 악물고 다시 손을 그었다.
그러나 형상은 군단의 합창에 닿자마자 찢어져 흔적도 남지 않았다.
콩이 마술을 펼쳤다.
수십 개의 빛줄기가 불꽃처럼 튀었지만, 군단의 일사불란한 방패 동작에 모두 튕겨나갔다.
불꽃은 허공에 흩어져 운동장의 모래만 태웠다.
논알콜이 목소리를 터뜨렸다.
그러나 노래가 울리자마자, 군단의 합창이 더 큰 파도로 덮쳤다.
그의 음성은 거대한 합창 속에서 산산이 흩어졌다.
논알콜의 눈에 공포가 비쳤다.
운동장 중앙, 어둠이 갈라지듯 미라뉘주가 걸어나왔다.
그의 발걸음 하나에 군단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수십 명이 동시에 숨을 고르며 머리를 숙였다.
그가 팔을 벌렸다.
미라뉘주:
“보아라. 너희는 병자가 아니다.
너희는 나의 의지다.
너희는… 무기다.”
말과 동시에, 감염자들이 방패벽을 이루듯 나란히 서고, 뒤쪽은 창을 겨누듯 손을 뻗었다.
도시의 병자들이 군사적 전열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자비 일행은 끝내 제각각 힘을 쏟아냈다.
노블의 글귀는 프린터의 형상과 부딪혔고, 콩의 마술은 타이밍이 어긋나 흩어졌다.
논알콜의 노래는 합창에 묻혔고, 선희의 가이드는 미친 듯이 떨리며 손마디를 하얗게 질리게 했다.
군단은 파도처럼 몰려들었다.
수십의 손이 동시에 뻗쳐, 하나의 괴물 같은 덩어리로 일행을 삼켜버렸다.
자비는 나즈막이 이야기하였다.
자비: “……지금은 물러서야 해.”
그의 음성에 이끌리듯, 일행은 간신히 틈을 뚫고 후퇴했다.
운동장 중앙, 미라뉘주가 웃었다.
미라뉘주:
“고개를 숙여라.
그 순간, 세상은 무너진다.
그리고 나는, 폐허 위에 나의 정의를 세우리라.”
군단이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수십의 검은 눈동자가 하늘을 향해 번뜩였다.
자비 일행은 상처투성이로 뒷걸음치며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심장은 무겁게 뛰었고, 입술은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망항시는, 이제 완전히 어둠의 전열에 삼켜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