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2 – FORBIDDEN LOVER

Part 7 - 군중의 혼란

by The being

Part 7 - 군중의 혼란


망항시의 공기는 낮인데도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오래된 건물 벽면에는 누렇게 바랜 간판들이 바람에 삐걱거리며 흔들렸고, 하늘은 얇은 먹구름에 덮여 빛을 잃은 듯했다.


그러나 도시에 드리워진 어둠은 날씨 때문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발걸음과 비명, 공포가 동시에 뒤섞여, 공기 자체를 더럽히고 있었다.


대로변의 신호등이 깜빡이며 붉은 빛을 쏟아냈다.


차들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며 타이어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날카롭게 터졌다.


운전자들이 창문을 내리고 욕설을 퍼부었지만, 곧 굳어버린 듯 입을 다물었다.

횡단보도 위에서 사람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그들의 손에서 떨어진 가방이 바닥에 부딪히며 과자가 쏟아지고, 유리병이 깨졌다.


목덜미에서 잿빛 얼룩이 피어올라 마치 부식된 금속처럼 피부를 잠식했다.

검은 혈관이 피부를 찢으며 올라와 얼굴을 뒤덮었다.

바닥에 엎드렸던 그들은 한순간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동공이 모두 까맣게 잠식된 채였다.


“……보라.”


단어는 낮고 무심했다.


그러나 열댓 명의 입이 동시에 움직이자, 소리는 작은 지진처럼 거리를 울렸다.

전단지가 허공에서 흔들렸고, 버스 정류장의 간판이 덜컹거렸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쳤다.


한 아이가 구두를 잃은 채 울부짖으며 어머니의 손을 놓쳤다.

어머니가 손을 뻗었지만, 검은 눈의 무리 사이로 아이의 울음은 곧 삼켜졌다.


공기에는 땀 냄새와 피비린내, 그리고 달아나는 사람들의 급한 숨결이 뒤엉켰다.

거리는 더 이상 일상의 통로가 아니었다.


그 자체가 공포의 통로였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사람들의 발소리가 굉음을 냈다.


피난처로 여겼던 지하철은 이미 또 다른 무대였다.


플랫폼, 열차가 들어오는 순간 한 여인이 바닥에 쓰러졌다.

도와주려던 손길 위로 그녀의 눈동자가 검은 구멍처럼 번졌다.

그녀가 입을 벌리자, 옆의 두세 명이 연달아 무너졌다.


철로가 진동하며 열차가 서서히 멈췄다.


차량 안의 조명이 깜박였다.


흰빛이 켜졌다 꺼질 때마다, 감염자들의 얼굴은 더 기괴하게 일그러져 보였다.

그들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보라. 보라.”


좁은 차 안은 합창으로 가득 찼다.


노인의 지팡이가 바닥에 굴러가며 금속성 울림을 냈지만, 금세 합창에 삼켜졌다.

철 냄새가 진동했고, 아이들의 울음은 열차 벽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승객들이 문을 두드리며 울부짖었다.


“열어! 열어줘!”


그러나 그 소리는 합창에 파묻혀 공기 속에서 흩어졌다.

지하철은 움직이는 철제 감옥이었다.


분수대는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그 물방울마저 합창의 진동에 흔들리는 듯했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곳, 연인들이 사진을 찍던 자리에서 수십 명이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손끝, 허리 숙임, 호흡까지 완벽히 겹쳤다.


광장의 비둘기들이 놀라 하늘로 흩날렸지만, 아래의 검은 눈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보라. 보라. 보라……”


소리는 파도처럼 겹겹이 몰려왔다.


분수대 물결이 합창에 맞춰 흔들렸고, 건물 유리창이 떨리며 금이 가기 직전처럼 울었다.

광장은 더 이상 시민의 쉼터가 아니었다.


검은 울림이 제단처럼 울려 퍼지는 무대였다.


자비 일행은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멀리까지 뻗어나가는 합창은 단순한 음성이 아니었다.

공기의 결을 바꾸고, 심장을 압박하고, 땅 전체가 울리는 듯했다.


선희의 가이드는 손끝에서 부서질 듯 떨렸다.

그녀는 안대 너머로 허공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선희: “…온 도시가… 울리고 있어.”


노블은 귀를 막듯 종이를 움켜쥐었다.

글귀를 쓰려 해도 음성이 머릿속을 짓눌러 단어가 흩어졌다.

문장은 형체를 잃고 잡음으로만 울렸다.


프린터는 손끝에서 형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합창이 고조될 때마다 그것은 갈라지고 찢어져 허공에 흩어졌다.

창조가 존재했으나, 도시 자체가 거부하는 듯 사라졌다.


논알콜은 목을 열었지만, 노래의 첫 음절이 합창에 닿자마자 희미해졌다.

자신의 음성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소리가 되는 순간, 그의 표정은 절망으로 얼어붙었다.


콩은 마술 장치를 꺼내 손에 쥐었다.

짧은 불꽃이 일었으나, 합창이 다가오자 꺼져버렸다.

마치 세계가 마술 자체를 삭제하는 듯.


그들의 능력은 봉인된 것이 아니었다.


아이즈의 울림 속에서 존재의 의미 자체를 빼앗기고 있었다.


자비는 나즈막이 이야기하였다.


자비: “……도시 전체가… 아이즈의 울림에 묶이고 있어.”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무게감 있게 일행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그 순간, 전광판이 깜빡이며 광고가 끊겼다.

도시 곳곳의 화면에 미라뉘주의 얼굴이 나타났다.

옥상, 확성기, 스크린.


그의 목소리가 동시에 사방을 가르며 울렸다.


미라뉘주:

“인간의 개별성은 끝났다.

너희는 이제… 드디어 하나가 된다.”


광장의 감염자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수백의 검은 눈동자가 빛을 삼키며 번뜩였다.


미라뉘주:

“너희가 고개를 숙이는 순간—세상은 무너진다.

그리고 나는, 그 무너진 자리 위에 새로운 질서를 세우리라!”


그의 음성은 메아리처럼 퍼져 건물 벽을 울리고, 도시는 거대한 공명통처럼 떨렸다.


자비 일행은 옥상에서 그 모든 장면을 지켜봤다.


노블은 종이를 찢듯 움켜쥐었고, 프린터는 손끝을 내린 채 고개를 숙였다.

논알콜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고, 콩은 장치를 조용히 수거했다.


선희의 가이드는 부서질 듯 떨렸고, 그녀의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자비의 눈빛은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망항시는 이미 검은 울림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혼란의 절정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