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2 – FORBIDDEN LOVER

Part 10 - 패배의 밤

by The being


Part 10 - 패배의 밤


스타디움은 끝없는 검은 눈의 바다였다.

관중석, 그라운드, 지붕 위까지 감염된 수만의 군단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들의 동공은 빛을 완전히 삼켜버린 듯 칠흑 같았고, 합창은 굉음처럼 이어져 공기를 떨게 했다.


바람조차 그 안에서는 검게 울부짖는 듯 들렸다.


자비는 일행 앞에 나섰다.


공중에 떠 있는 그의 손 형체가 은은히 빛을 발했다.


빛의 조각들이 손바닥에서 맴돌더니, 투명한 렌즈 네 개로 변해 떠올랐다.


그는 선희 쪽을 바라보며 나즈막이 이야기하였다.


자비: “넌 필요 없을 거야. 이미 시선을 가리고 있으니까.”

선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넷이 안경을 받아 걸었다.


세상이 잠시 흐릿해졌다가 다시 선명해졌다.


그러나 그 선명한 시야가 보여주는 건 여전히 지옥 같았다.


미라뉘주가 경기장 중앙에서 팔을 벌렸다.

그의 긴 그림자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미라뉘주: “들어라! 너희는 이제… 드디어 하나가 된다!”


그의 목소리와 동시에 군단이 움직였다.


수만의 발걸음이 일제히 울려 퍼졌다.

경기장은 거대한 심장처럼 요동쳤고, 그라운드가 갈라지며 먼지가 솟구쳤다.


자비 일행은 전력을 다해 맞섰다.


노블은 종이를 펼쳐 글귀를 새겼다.


“빛은 어둠을 뚫는다.”


그러나 합창의 파도가 문장을 찢어버렸다. 종이는 공중에서 갈라져 산산히 흩어졌다.


프린터는 손끝에서 창조물을 만들어냈다.

칼날 같은 형상이 허공에서 솟아올랐으나, 군단이 동시에 팔을 들어 막자 그대로 산산조각났다.


콩은 도구를 흔들어 마술을 펼쳤다.

불꽃이 터져나왔지만, 거대한 파도 속에서는 작은 불씨조차 되지 못했다.


논알콜은 목을 부여잡으며 절규에 가까운 노래를 내질렀다.

그러나 거대한 합창은 모든 음을 삼켜버렸다.


그의 목소리는 메아리도 남기지 못하고 공중에서 꺼져갔다.

노력은 모두 허공으로 사라졌다.


군단은 계속해서 파도를 일으키며 일행을 좁은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미라뉘주의 웃음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그의 눈빛은 차갑고도 광기어렸다.


미라뉘주: “너희는 발버둥을 쳐봤자 파도 앞의 모래성일 뿐이다. 이 세상은 이미 고개를 숙였다. 무너지는 건 시간 문제다!”


군단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수만의 눈동자가 동시에 자비 일행을 향했다.


그 시선이 쏟아지는 순간, 스타디움은 거대한 심연으로 변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그 순간, 자비가 앞으로 나섰다.


자비: “여기서 끝낼 순 없어. 너희는 아직… 남아 있어야 해.”


손끝에서 빛이 번졌다.


파도처럼 퍼져나간 빛이 군단의 합창을 갈라놓았다.


수만의 감염자가 밀려나며 경기장 전체가 흔들렸다.

닫혀 있던 출구가 갈라지듯 열리며, 어둠 속에서 퇴로가 드러났다.

그러나 빛이 강해질수록 자비의 형체는 희미해졌다.


손가락 끝이 하나씩 빛의 가루로 흩어졌다.

손바닥도 점점 투명해져 허공에 녹아갔다.


선희: “안 돼! 자비, 멈춰!”


그녀의 울부짖음이 경기장에 메아리쳤다.

노블은 종이를 찢어지도록 움켜쥐며 무릎을 꿇었다.

프린터는 눈을 감은 채 손을 떨었다.


콩은 도구를 떨어뜨리며 절망적으로 고개를 떨궜다.

논알콜은 울부짖듯 외쳤다.


논알콜: “이게 진짜 모험이야?! 이런 게 말이 돼?!”


빛 속에서 자비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흘러나왔다.


자비:

“모두들… 고마워.

그리고… 건강해야 해.

…또 보자.”


부드럽고 따뜻한 그 목소리가 끝나자, 자비의 형체는 완전히 빛의 가루로 흩어졌다.

허공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자비가 사라진 자리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빛의 벽이 세워져 군단을 막아섰다.


그 뒤로 좁지만 분명한 퇴로가 열렸다.

일행은 눈물과 절규 속에 그 길로 몸을 던졌다.

스타디움이 무너지는 굉음이 울려 퍼졌고, 군단의 합창은 뒤를 쫓아왔지만, 빛의 벽은 끝내 버텨냈다.


퇴로 끝에서 일행은 멈춰 섰다.


뒤돌아본 순간, 그들의 눈에 남은 건 자비가 있던 자리의 공허뿐이었다.


선희는 가이드를 부서져라 움켜쥐며 울부짖었다.

노블은 종이를 쥔 채 흐느꼈다.

논알콜은 땅을 치며 목이 찢어져라 절규했다.

프린터와 콩도 더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빛의 벽 저편에서 미라뉘주가 두 팔을 들어올렸다.

군단이 그의 동작에 맞춰 다시 일어섰다.


미라뉘주: “너희는 나의 심판이다! 무너질 세상을 끝까지 삼켜라!”

그의 외침은 승리의 환희와 광기로 가득했다.

스타디움 전체가 미라뉘주의 광기에 동조하는 듯 흔들렸다.


멀리, 경기장 외곽 어둠 속.

팔짱을 낀 채 한 인물이 서 있었다.


스트라이프였다.


그는 목을 한 번 꺾으며 경련 같은 소리를 냈다.

눈을 빠르게 몇 번 깜빡이고,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불안정한 틱의 움직임이 그의 실루엣을 더욱 기묘하게 만들었다.


사라져가는 자비의 마지막 빛을 바라보며, 스트라이프는 낮게 웃음을 흘렸다.


스트라이프:

“재미있군… 크크.

즐거웠어, 자비… 잘 가.”


그는 어둠 속으로 몸을 기울였다.


남은 건, 그가 서 있던 자리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잔향뿐이었다.


그 밤, 자비는 사라졌다.

그리고 일행의 세상은 다시는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