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1 - 질투의 명암
파트 1: 질투의 명암
선희와 자비, 그리고 노블은 페이트가이드를 따라 또 다른 장소로 향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한 만화 스튜디오였다. 스튜디오 앞을 지나며 창문 너머로 내부를 들여다보니, 프린터라는 이름의 만화가 문하생이 일하고 있었다.
프린터는 컴퓨터 앞에 앉아 펜을 들고 있었다.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의 그림은 여전히 섬세하고 완벽했다. 동료들이 만화 원본을 넘겨주면, 그는 그대로 복사하듯이 정확하게 그려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프린터'였다.
스튜디오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책상에는 수많은 스케치북과 펜, 그리고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 벽에는 완성된 만화 페이지들이 빼곡히 붙어 있어, 그들이 얼마나 바쁘게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동료들은 그의 뛰어난 실력을 질투하며 그를 업신여겼다.
"프린터, 너 또 원본 따라 그리는 거야? 이렇게 해선 독자들이 재미없어 할 걸?" 상사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프린터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내 그림은 분명히 잘 그렸는데... 왜 이렇게 비난받아야 하지?' 속으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내가 창작을 못해서 그런 걸까?'
"프린터, 너 또 뭐 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자기 만화 그리기 시작했는데, 넌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거야?" 동료들은 히죽거리며 그를 비웃었다. "너는 그림은 잘 그리지만, 창작은 정말 형편없잖아."
프린터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저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모르는 주제에 왜 이래라저래라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시에 '왜 나는 창작을 못하는 걸까?'라는 의심도 들었다.
"다시? 그럴 시간이 어딨어? 다음 주 마감이야! 이것도 모르고 일하는 거야?" 상사의 목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졌다.
프린터는 차마 눈을 들 수 없었다. 속으로는 '네가 나보다 더 잘 그린다고 생각하는 거냐? 정말 한심한 것들...'라고 생각하며 울분을 삼켰다. 하지만 또 다른 목소리가 그의 마음 속에서 속삭였다. '그래도 혹시 내가 정말로 문제인 건 아닐까?'
프린터는 늘 타인의 평가에 민감했고, 그 때문에 창작을 하는 데 있어서 더 큰 부담을 느꼈다. 그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고, 손은 더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프린터는 동료들과의 점심 시간에 자리를 함께했다. 하지만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혼자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동료 중 한 명이 그를 향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프린터, 너도 우리처럼 자기 만화 좀 그려보는 게 어때? 언제까지 남의 것만 따라 그릴 거야?"
프린터를 지탱하고 있던 가늘던 끈이 순간 끊어졌다. 그 결과 프린터는 결국 폭발했다.
"너희들,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게 그렇게 불편해?"
동료들은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프린터는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따라 그린다고? 내가 그린 모든 작품은 섬세하고 정확해. 독자들은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좋아하지만, 너희는 내가 창작을 못한다고 비난하지. 하지만 창작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야. 이야기를 구성하고,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은 다른 능력이 필요해. 나도 그걸 배우려고 노력 중이야.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덜 중요하다는 건 아니야. 나는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어. 너희는 내 능력을 왜곡해서 보고 있을 뿐이야."
동료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프린터의 논리적인 반박에 그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 동료가 마지못해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창작을 못하는 건 사실이잖아."
프린터는 눈을 똑바로 뜨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창작은 쉽지 않지. 나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나만의 만화를 그리는 꿈을 이루고 싶다고.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걸 너희도 알 텐데, 왜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 거야? 내가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는 것조차 질투하는 거냐?"
프린터의 논리적인 반박과 창작에 대한 갈증을 드러내는 말에 동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프린터가 이렇게 이성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프린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난 아직 꿈을 포기할 수 없어. 너희들 모두 언젠가 내 실력을 인정하게 될 거야."
프린터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선희와 자비, 노블과 눈이 마주쳤다. 프린터는 그 시선을 외면했고, 자비 일행은 프린터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갈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