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야만 했을까

by 박신후


나에게는 약점이 하나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다. 아니, 어쩌면 그때의 기억 자체가 약점이라고 해야 되나.

나에게 어린 시절은 단편적인 기억으로밖에 남아 있지 않다. 주변인들도 다들 신기해하면서도 걱정을 많이 하는 점이다.

일부러 기억을 지우려는 시도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런 건지도 확실하지는 않다. 여러모로 나에게 있어서 참 궁금한 부분이다.


나한테 "꼭 잊었어야 했니?"라고 물으면, 딱히 그렇다고 대답할 생각은 없지만, 그러기에는 나의 과거는 여러모로 어두컴컴하기만 하다.

특별히 잊을 만한 정신적 충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잊어버릴 정도로 나를 괴롭힌 과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때로는 내 과거의 진짜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다. 일기장을 찾아보기도 했고, 부모님에게 여쭈어 보기도 했고, 옛날 사진을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 과거는 내 기억보다도 아득히 넓었다. 물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모조리 기억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내 과거는 나에게는 너무 컸다. 그래서일까, 기억을 억지로 주입하기에도 너무 내가 잊어버린 예전의 내 모습이 많았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

좋게 생각하면 지금의 나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거고, 나쁜 면으로는 어려서만 쌓을 수 있는 기억이 없다는 것 정도.

특히 친구들과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씩 내가 뭘 했던 거지...라는 생각이 들고, 그럴 때는 내 기억이 없는 걸 제일 후회한다. 최근에도 어린 시절 유행했던 만화 영화 얘기가 나왔는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 모습을 보고 '내가 본 게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 어린 시절이 슬프지만은 않은 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 어린 시절이 정말 우울한 아이의 모습밖에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나도 모르는 과거의 나에게 약간이나마 감사하다. 이런 부분이라도.




어두운 그대로 내비둬

억지로 밝아질 거 뭐 있어

딱 촛불 하나 정도

저 조명 따윈 내게 빛이 될 순 없어

눈 뜨고 다시 찾아온 아침

혼자만 또 꽤 화창한 날씨

습기 가득 찬 내 왼쪽의 눈으로

바라본 내 꿈 선명하지


* 행주 - Red Sun (feat. Swings) 중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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