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춘기에게

by 박신후


사춘기.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린이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시기.


보통 사춘기가 찾아오는 시기는 초등학교 극후반에서 중학교 시절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사춘기가 굉장히 늦게 찾아왔다. 중학교 극후반에서 고등학교 전반까지.

그래서였을까, 나의 사춘기는 유독 힘들었다. 거기에 코로나 팬데믹, 친구들과의 깊은 갈등, 입시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겹치면서 나의 10대는 매우 우울했다.


중학교 2학년 경,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과학고 입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의 철없던 나는, 내가 꿈꾸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의 시작점으로 입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나는 점차 삐걱이기 시작했다. 공부에만 매진하다가 수많은 중학교 친구들을 잃었고, 결국 입시에 성공해 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지만, 입시가 끝나고 나니 그뿐이었다.


쓸쓸하게 졸업식 현장을 나왔지만, 그때의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당시의 나는 정말 내 일에만 매진하는 성격에, 목표지향적인 특성이 강했다. 그렇다 보니, 중학교 평생의 목표였던 과학고 입학만 끝나고 나니까 중학교 라이프는 그렇게 끝나 버렸다.

게다가 나 자신만 생각하는 성향도 한몫했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입시만 목표로 하다 보니 이타심이 다 사라져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런 성격이 살짝 남아 있었는데, 그게 중학교에서 맞이한 특이한 환경으로 인해 더더욱 심해졌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그때가 2020년이었다. 기억할 사람들은 다 기억하는,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를 덮쳤던 그 해.

당연히 동기들을 만날 기회가 줄어든 상황에서, 특유의 성격으로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는 더더욱 없었다.

거기에 특목고의 특성상, 학업 스트레스가 굉장히 강했다. 그렇다 보니 나의 동기들은 경쟁 상대이기 이전에 같은 고충을 겪는 친구들이었어야 했는데, 나는 그들을 너무 경쟁 상대, 내가 넘어야 할 사람들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잘했다면 내가 나의 10대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았을 듯하다. 하지만, 나를 둘러싼 여러 가지 요소가 나를 서서히 옥죄어 오고 있었고, 결국 나는 무너져 가고 있었다.


특히 1학년 말에서 2학년을 거치면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그 팀 전체가 붕괴하는 장면을 연속적으로 목격하기도 했다. 그러다, 그 붕괴의 원인이, 나 자신이 인정하기 싫어도 팀을 억지로 이끌다가 그 역량의 부족으로 무너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학교 한 구석에 처박힌 채 오열하기도 했다.

성적은 계속 하락세였고, 다른 것보다도 입시가 중요할 나이에 이러한 점은 과학고라는 특성상 더욱 치명적이었다. 정시로 대학을 가기에는 우리는 수학, 과학만 파는 학교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여러 가지 방향으로의 성장을 시작해 나갔다.

내 대인 관계를 꾸준히 돌아보곤 했다.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내가 얼마나 친구들을 멀리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미 고착화된 내 모습을 멀리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많지는 않아도 친구들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름 과학고의 장점이라면, 특별한 활동의 기회가 많다. 성적 이상으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동아리 활동, 자율 활동, 진로 활동에 정말 많은 투자를 거쳤다.

앱을 만들기도 했고, 게임도 만들어 봤고, 교육도 해 봤다. 성적은 좋지 않아도, 여러 가지 활동으로 생활기록부는 두꺼워져 갔다.


2학년 말부터 입시 상담 때마다 다들 정시로 전향을 권했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고, 그동안의 내 노력이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는 성적 그 이상으로 나의 노력을 인정받으며, 경희대학교로 향하게 되었다. 아직도 내가 경희대에 대한 애정이 깊은 건, 그만큼 부족한 나의 속에서도 다른 면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고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경희대에 대한 감사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나를 끝없는 악몽으로 인도한 나의 사춘기는 수많은 안 좋은 과정 속에서도 그나마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중학교 말엽과 고등학교 시절은 나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악몽 앞에 내가 무너지지 않았기에, 그리고 그 악몽이 반복되지 않도록 성장해 나갔기에, 나는 이 자리까지 올 원동력을 얻었다.


물론 훗날 어디에선가 내가 고등학교 이야기를 풀 생각은 단 1도 없다. 사실상 이 글이 내 고등학교 이야기를 풀어내는 마지막 순간일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를 거쳐 내가 바뀌어 나갔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진짜 기나긴 사춘기의 연속에서 내가 탈출하고자 했다면, 나는 어땠을까.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시련을 받아들였고, 나 자신이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얻었다.


한때는 내 사춘기는 너무 우울하고 무기력한 순간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면만 있지는 않았다.

사춘기 때의 내 모습은, 지금의 나의 일부였던 것 같기도 하다. 매사 열심히 살아가고, 포기하지 않고, 힘들면 함께 돌파해 나가려고 하는 지금의 내 모습의 작지만 아주 소중한 일부.




나는 한때 내가 이 세상에 사라지길 바랐어

온 세상이 너무나 캄캄해 매일 밤을 울던 날

차라리 내가 사라지면 마음이 편할까

모두가 날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두려워

아름답게 아름답던 그 시절을 난 아파서

사랑받을 수 없었던 내가 너무나 싫어서

엄마는 아빠는 다 나만 바라보는데

내 마음은 그런 게 아닌데 자꾸만 멀어만 가


(중략)


그래도 난 어쩌면 내가 이 세상에

밝은 빛이라도 될까 봐

어쩌면 그 모든 아픔을 내딛고서라도

짧게 빛을 내볼까 봐

포기할 수가 없어 하루도 맘 편히

잠들 수가 없던 내가

이렇게라도 일어서 보려고 하면

내가 날 찾아줄까 봐


* 볼빨간사춘기 (BOL4) - 나의 사춘기에게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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