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by 박신후


스무 살 첫날을 기억하고 있다. 쓴 술맛이 얼마나 강렬하게 남았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다.

반쯤 농담으로 한 이야기이지만, 그 이상으로 어른의 무게는 무거웠다.


사실 철없는 시절의 나는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어른이 되어간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때의 내가 지금 느끼는 어른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비단 대학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훗날의 나에 대한 고민 등. 단순히 나이가 드는 것 이상으로 많은 생각이었다.

물론 확고한 꿈도 있고, 그걸 잘 해낼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도 꾸준히 갖추고 있다지만, 그 이상의 중압감은 어른이라는 타이틀 아래 나를 짓누르곤 했다.


난 아직 어리기만 한데.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유치한 생각을 조금씩 하기도 하고, 여전히 커피보다도 블루베리 스무디를 좋아하기도 하고, 공부를 하다가도 가끔씩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어른이 아닌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어른일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현실이다.


그럴 때마다, 어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곤 한다.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어가는 건 아닌 것 같다. 스무 살 새해가 되는 순간, '아, 이제 난 어른이구나! 그러면 그만큼 더 성숙한 마음가짐으로 삶에 임해야지!!!'라고 딸깍 생각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근접한 생각이 있겠지만, 스무 살은 우리를 급격하게 바꾸는 트리거는 아닌 듯하다.


인간은 쉽게 안 바뀐다는 말은, 원래 사람에게 배어 있는 나쁜 습관이나 안 좋은 성격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는 의미이지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만큼 사람은 굳게 다짐하고 나아간다면 바뀔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도 참 안 바뀐다. 어릴 적 철없던 성격을 뜯어고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마음을 다잡아 고칠 수 있었다.


그러한 점에서, 어른의 진정한 의미는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보다도 많은 걸 경험한 나이에서, 더 많은 걸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항상 나에게 해 주신 말씀이 있었다.
"어른이 어른인 이유는, 그만큼 오래 살았기 때문이야. 내가 너보다 몇 년이나 더 살았잖아? 그 시간 동안 너도 모르게 쌓이는 뭔가가 있거든. 너도 훗날 알게 될 거야. 말로만 할 수는 없는 그런 무언가?"


어른이 되고 나니, 그 말의 뜻을 알 것 같다. 쌓여온 경험들이 하는 이야기를 무시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어른이 되고 나서 경험에 큰 의미를 두고 시도하거나 도전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런 도전 자체가 나를 더 채워나가는 느낌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어른'이라는 이름값 앞에 충실한 것 같기도 하다.


어른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것 같다.

내가 아직 나답지 않고, 성장이 덜 된 것 같아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어른이 되어도 깨달을 건 남아있다. 우리는 아직 많은 걸 알아가야 한다.


당연히, '어른'이라는 이름값이 무거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름값이 응당 무겁다는 것을 아는 것, 그걸 무겁게 받아들이고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어른이 아닐까 싶다.




눈을 감아 보면 내게 보이는 내 모습

지치지 말고 잠시 멈추라고

갤 것 같지 않던 짙은 나의 어둠은

나를 버리면 모두 갤 거라고


(중략)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바보 같은 나는 내가 될 수 없단 걸

눈을 뜨고야 그걸 알게 됐죠


* Sonida - 어른 (나의 아저씨 OST) 중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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