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괜찮은 걸까?

by 박신후


어른이 되고 나서는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았다. 정말 원 없이 많은 경험을 했고, 그 경험들이 쌓여 가면서 나를 완성해 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쉼 없이 달려가는 것에도 한계는 있었다. 그리고, 그 한계는 살면서 한 번도 겪지 못한 나의 모습이었다.


나는 지인들이 인정하는 워커홀릭이다. 그게 일을 하는 데 있어서는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지인들의 걱정을 자아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에이, 괜찮아. 어차피 내가 좋아서 하는 거라 별로 힘들지도 않더라구."라며 넘겼다. 실제로도 좋아서 하는 일들이었으니.


2025년의 첫 절반을 그렇게 충실하게 살고, 7월 중순이 다가왔다. 슬슬 여러 가지 일이 마무리되어 가고, 새로운 작업을 준비하려던 찰나, 뭔가 나한테 이상한 점이 잡혔다.


사실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손에 잡은 일이 진척이 느리긴 했지만, 그동안 일시적으로 겪었던 현상이었고 빠르게 복구하곤 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지속되면 어딘가 이상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식욕이 떨어지고, 일을 잡기가 싫어지는 등, 예전의 내가 전혀 아닐 정도면 더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그렇게 슬슬 내가 나답지 않다고 느끼던 찰나, 지인들과의 모임에 갈 일이 있었다. 거기에 두 살 연상의 심리학 전공자가 있었는데, 모임이 끝나고 나를 따로 불렀다. 해줄 말이 있다며.

"신후야, 혹시 너 요즘 힘들지 않아?"

당황을 숨길 수 없었다. 이게 바로 보였다고?


"내가 널 자주 봤잖아. 항상 뭐든 열심히 하고 또 잘해서 부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럽더라고. 내가 정말 힘들 때가 있었는데, 그때의 내 모습이 지금 너한테 보이는 것 같아."

그 말을 듣은 내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이런 말을 처음 들었다. 하필 심리학 전공자이기도 하고, 경험에 비춘 이야기이다 보니 더더욱 내가 무너진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둘만의 이야기를 끝내고, 터덜터덜 옆에 있던 화장실로 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예전의 자신감 있는 내 모습이 아니었다. 눈물로 덮인 눈을 빼고 봐도, 나도 모르는 사이 쌓여버린 피로와 우울로 덮여 있었다.


이전까지 내가 이걸 몰랐다고?

아니, 몰랐을지언정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걸까?

일면에서 피어오른 과거의 나에 대한 질책은, 지금의 내 모습과 엮이면서 빠르게 허무함으로 사그라들고 말았다.


그때부터였을까, 숨고 싶었다. 그동안 남들에게 비쳤던 내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싶지 않았다.

일은 더더욱 손에 잡히지 않고, 하루 종일 침대 속에 누워만 있고, 폐인처럼 식사도 거르고, 수면 시간은 짧아져만 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사실 못했다.

물론 주변인들과의 연락은 전혀 닿지 않았다. 잡혔던 약속들도 다 미루거나 취소해 버렸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모습은 나를 더욱 빠르게 갉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벗어날 수도 없었다. 이미 나라는 감옥 안에 나 자신이 갇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옥은, 너무 거대하고 견고했다. 실제로 그렇지 않았을지라도, 당시의 나에게는 그 감옥이 너무 컸던 것 같다.


그렇게 진정 폐인이 된 지도 일주일, 지금의 나로부터 달아나고 싶었다. 내가 힘든 건 맞지만, 그 모습 그대로 나를 버려둘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전에, 진정으로 나에게 묻고 싶었다.


"너, 괜찮은 거니?"


나... 괜찮은 걸까.


나... 괜찮은 걸까?




모든 게 이제는 지긋지긋해서
작은 일들에 기분이 쉽게 삐뚤삐뚤해져
혼자 오는 퇴근길이 시끌시끌해도
나와 관계없는 웃음뿐 고갤 떨궈 계속
정신없이 달렸지 어른이 된지 모르고
걱정 없이 사는 척 엄마 걱정을 덜으려
집에 도착하면 씻고 불 끄고 누워도
이제는 꿈보다 현실이 무거워 잠을 못 들어 So I sing

(중략)

실수를 실패로 생각하는 버릇이 생겨서
실패를 하기 싫어 자꾸만 시도를 그르쳐
다치기 싫어서 새로운 만남을 기피해
혼자 우는 쪽이 편해 눈치 볼 필요 없어서
내 침대에 누워도 내 집은 아닌 것 같아서
그저 어딘가 먼 데로 떠나가고 싶어져
내일은 해가 뜬다라는 희망을 찾아도
좋은 아침이란 말엔 아무도 진심이 없어 So I sing

거울 속에 왜 더 이상 내가 알던 내 모습이 아닌데
꿈을 쫓고 싶은데 내 어깨에 책임이라는 짐이 걸릴 때
비틀거리는 나를 보고 있다면 여기서 나를 데려가 줘 멀리
I wanna runaway Yay ye yay ye

아무도 날 모르는 곳에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
쓰러진 날 일으켜줘
I just can't go on 날 데려가 줘 I wanna runaway


* BOBBY - RUNAWAY 중



금, 일 연재
이전 09화어른이 되어간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