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부모의 가치관이 성장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열쇠!
아들은 2015년생이고, 현재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아이가 생겼을 때 나와 아내는 27살, 24살이었다. 젊음과 패기로 결혼 한 우리였지만, 예상치 못했던 매우 빠른 축복에 두려움과 긴장 가득했던 열 달을 보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일은 어떡하지? 보육원은 어딜 보내지?
일본에서 나고 자랄 아이는 어떻게 양육해야 마땅하지? 일본어를 가르쳐야 하나? 한국말이 우선이 되어야 하나?
좀 커서 학교 갈 나이가 되면 어떤 학교를…? 학원은? 일본의 열의 아홉은 하듯이 운동은 하나 가르쳐야겠지? 등등, 끝도 없는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런 고민들은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 최고조에 달했다.
아내와 나는 맞벌이였던 탓에, 우리 아이는 한 돌이 채 되기도 전에 보육원(한국으로 치자면 어린이집 정도일까?)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 녀석이 돌을 넘어 점점 사람다워지기 시작하고 슬슬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 이제 옹알이가 아니라 스을~ 말을 하네? 하고 막 기뻐했던 것도 잠시, 어라? 엄마 아빠가 아니라 마마, 파파라고 한다??
그럴 만도 했다. 아침 8시 반이면 보육원에 맡겨져서 엄마아빠 퇴근하는 오후 6시까지 하루 온종일을 일본인 선생님, 일본인 친구들 사이에서 나뒹구니 이 녀석은 한국말이 아닌 일본어에 더 빨리 트였던 것이다.
앞서 기술했 듯이, 아이가 생기고 언어에 대한 고민도 했던 터라, 이 시기에 방향성을 잡아야만 했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니 일본어를 주사용 언어로 교육해갈 것이냐, 아니면 일본에서 나고 자라는 것은 맞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지켜나갈 것이냐를 결심해야 했다.
해외살이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게 왜 고민일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닌, 인간의 사고, 문화, 사회성 관계형성에도 필수적인 요소이며 개인의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고, 감정의 표현 등 한 인격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를 때까지 다양한 관계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아이가 일본어를 주언어로 사용하게 되면 가정에서의 소통도 일본어가 소통의 주언어가 될 테고, 일본어가 모국어가 된다는 것은 모든 사고하는 방식도 일본어로 체계가 잡히게 되고 사회적, 문화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도 일본어가 기조가 될 텐데, 즉 일본사람과 다를 바 없는 성장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재미교포, 재일교포들과 교류해 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나와 아내는 일본어로 소통하는 우리 아이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어른들의 욕심일지 모르겠으나 우리끼리는 반드시 모국어인 한국어로 소통해야 한다는 고집이 있었고 나아가 이 아이의 모든 사고와 행동양식은 한국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일본어야 어차피 우리가 애써 가르치치 않아도 자연히 네이티브가 될 것이 뻔한데 엄마아빠의 외국인냄새 가득한 일본어로 무리해서 소통할 이유가 요만큼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선 일본어대화가 금지되었고, 아이는 초등학생이 될 때쯔음 한국말과 일본어는 눈 감고 들으면 그냥 그 나라 사람인냥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바이링거가 되었다.
참 잘한 일이다 싶었다!
초등학교(한국인이 꽤 많은 학교)에 입학해 보니, 같은 1학년 아이들 중, 한국어도 일본어도 어중간하게 하는 애매한 아이들이 많았고 아니면 어느 한쪽만 구사하는 아이도 있었다.
한국어를 제때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한 아이들은 4학년이 된 지금도 일본식 발음과 뒤섞여 조금은 어눌하게 한국어를 말하는 경우도 있고, 학교 수업이 영어도 이루어지다 보니 한국어, 일본어, 영어가 뒤죽박죽이 되어 혼란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는 듯하다.
그럴 땐, 해외까지 나가 살면서 뭣하고 굳이 한국말을 고집하냐며 핀잔을 주던 주변사람들을 떠올리면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곤 한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들 녀석은 트리링거가 되었다.
언어적인 감각이 좋은 것인지, 우리의 교육관이 이제와 빛을 드러낸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국말이든 일본어든 영어든 자유롭게 누구와도 소통하는 아들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뿌듯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시작은 부모의 욕심 때문이었지만, 시간이 제법 흐른 지금 우리 아이는 트리링거다.
오늘은 좀 자랑이 가득한 글을 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