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직장생활_1
대학 시절,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운이 좋았을까 가족과 친구들의 예상을 뒤엎고 나는 대학 4년 만에 정상적으로 졸업을 했는데, 졸업을 1년 앞둔 3학년 1학기 중에 무려 취업도 결정지어 버렸었다!
당시 동기들 사이에선 모세가 홍해를 가른 기적 이후 이만한 기적은 다신 없을 거라며, 사실 나는 엄청난 재력을 가진 가진 부모덕에 돈으로 졸업했을 것이다라던가, 나에게 내정을 준 기업의 회장 또는 고위 간부가 친인척일 것이다라던가 혹은, 사실 우리 집안은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엄청난 친일파 집안으로 사실 대학졸업이나 취업 따위는 이미 진즉부터 설계되어 있었을 것이다 등과 같은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만큼 나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고 사는 모양이 꼭 마치 자연인 같아서 언제나 즉흥적이고 낙천적인 매일을 살고 있었다.(자랑거리는 결코 아니지만…)
아무튼 그래서 2025년 현재 나는 무슨 일을 해서 먹고살고 있는가??
졸업 후 나는 일본의 3대 화장품 기업 중 한 곳에 취업했다.
다양한 사업분야 중에 화장품이 가장 큰 분야이고 그 밖에 일상에서 사용 화학제조업 전반의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였다.
(일본에서 티브이를 시청하면 중간중간에 “고란노 방구미와~ “하는 협찬사 광고로 참으로 많이 나오는 회사다.)
아무튼 나는 화장품 회사의 어떤 브랜드를 담당하는 마케터였고, 10년 근속 후 한 번의 이직을 했으나 여전히 화장품 브랜드 마케터로서의 삶은 이어지고 있다.
첫 직장에서 담당했던 브랜드는 루나솔이라는 메이크업 브랬드였고 나는 이 브랜드에서 약 8년간 마케터로서 다양한 실무를 경험했다. 그 외에 센사이, 케이트, 비오레 등 스킨케어 및 선케어 브랜드도 슬쩍슬쩍 발도 담가봤고, 실무적인 영역에서도 기획부터 제작, 파이낸스 및 수출입 등 다양한 실무를 경험했다.
지역적으로도 일본시장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한국까지 로컬마켓부터 트레블리테일 등 다양한 시작 경험도 할 수 있었다.
한 회사에서 10년을 근속했지만 연봉 수준은 비슷한 규모의 한국 회사들과 비교하면 정말 하찮았는데, 앞선 글에서 결혼이나 육아에 대해 이야기했듯, 일본이라서 어떻게 잘 살아졌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로 여차저차 잘 살아지는 중이다)
대부분의 일본의 기업들은 급여 수준은 평균이하로 고정하고 그 해의 실적을 통한 상여금을 넉넉히 채워주는 방식으로 급여정책의 약점을 보완하는데 실질적인 물가상승을 고려하지 못한 급여 수준 때문에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늘 만족할 만한 경제사정을 누리지 못했었다. 어찌저찌 살아는 지는데, 매달 조여 오는 느낌이 있었다랄까…
그나마 나와 아내는 더블인컴이었고 아이의 사교육에는 특별한 투자를 하고 있지 않은 덕에 근근이 현상유지를 하면서 살았지 싶다.
현재도 일본의 대부분의 기업들의 신입사원 초봉 수준은 평균 25만 엔 수준으로, 이는 역대 최고 주순이라고는 하나 물가상승과 기타 생활수준 등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금액이다.(내가 취업했던 2013년 나의 첫 월급은 18만 엔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역대 최고 수준이 맞긴 하다…)
그래서 일본의 젊은이들은 일하려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사는 삶을 선택하는 쪽이 세금도 더 적게 내고 시간에는 자유로운 편이니 가정을 책임지기보단 나 스스로를 위해 최소한의 일만 하며 취업을 하지 않으려는 실태가 어찌 보면 당연한 듯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10년을 근속하며 버텨낸 나는(물론 10년을 했으니 급여 수준은 나쁘지 않았다) 현재는 동종업계의 외자계로 이직하여 여전히 코스메틱 마케터로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물론 10년의 경험과 노하우가 나름 착실히 쌓였는지 꽤나 효율적인 퍼포먼스를 발휘하고 있고 팀원 및 조직 내에서도 적당한 신임을 받고 있다.
(적당한 신임이 좋다. 과하면 일도 과해진다..적당하게 얇고 길게 하는 것이 나의 평생의 작전이다.)
그래도 여전히 먹고사는 일은 쉽지 않다 당연히.
어디 일본뿐이겠으랴, 나 사는 곳이 한국이었어도 그랬을 테고 미국, 유럽 어디었더라도 먹고사는 일은 힘들었을 것이다.
처가 있고 자식이 있고 우리는 개개인의 사정과 나름의 이유들로 인해 책임이라는 짐을 어깨에 이고 살아가고 있으니 힘든 것은 당연할 것이라, 이 힘든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이 삶 중간중간에 어떤 즐거움과 어떤 재미난 에피소드를 채워서 동력을 얻을까를 고민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
일본으로 패기 좋게 유학을 떠나와서 산 지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간다.
내일도 나는 출근을 할 테고 제법 반복적인 하루를 보낼 테지만, 어떤 에피소드를 만들어볼까 조금은 부푼 생각도 해보면서 잠자리에 든다.
씨유 투머로, 나의 투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