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이별 식탁 : 시래기 만두와 쌀국수

독립을 앞둔 딸의 아버지를 위한 저녁 식탁 차리기

by 신보라
KakaoTalk_20201005_230219443_05.jpg 오늘의 저녁 식사



오늘 빚은 만두 소의 포인트는 시래기!

육식주의자인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엄마의 요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시래기 된장 지짐이다.

엄마의 요리 중 웬만한 것들은 스캔한 듯 만들어낼 수 있으나, 시래기만큼은 도저히 요리해 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추억이 깃든 그 꼬순 맛의 시래기 된장 지짐을 내가 망쳐버릴 것 같아서, 시래기 된장 지짐의 기억만은 곱게 간직하고 싶었다. 그 위에 좋지 않은 기억을 괜히 얹을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먹어보지도 못하고 7년째 마음으로만 외쳐 본, 외치다가 죽을 시래기.

세상에 나의 이 시래기가, 방송에 소개됐다. 시래기가 만두소의 비기로 쓰인, 시래기 만두! 외쳐 갓 종원!


방송에 나오자마자 많은 요리 블로그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시래기 만두가 게시되었다. 고기파인 내 취향에 맞게 간 돼지고기도 들어가서 맛이 없을 수 없는 시래기 만두. 사진만 보고도 빠져든 이 음식을 도저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KakaoTalk_20201005_230219443_09g.jpg
KakaoTalk_20201005_230219443_10.jpg
옆에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식당 만두처럼 윤기가 좌르르르 흐르는 내 만두
KakaoTalk_20201005_230219443_08.jpg
KakaoTalk_20201005_230219443_07.jpg
지쳐서 힘을 덜 준 양념장, 만두와 잘 어울리는 김치 맛 쌀국수


당신과 나의 서른 번째 이별 식탁



시래기 만두와 쌀국수



시래기 만두 재료 : 송송 썬 대파(1컵 가득), 간 돼지고기(2컵), 다진 마늘( 1/2 큰술), 시래기(2컵), 들깻가루( 2 큰술), 참기름(2 큰술), 진간장(2 큰술), 고춧가루(2 큰술), 식초(2 큰술), 만두피(10장)


시래기 만두 만들기

대파 송송 한 컵과 간 돼지고기 두 컵, 다진 마늘 1/2 큰술을 볼에 넣고 초 잘게 썬 시래기도 넣어주세요.

고소한 맛을 위한 들깻가루 2 수저, 진간장 2 큰술을 넣고 식초 2 큰술을 넣어줍니다.

고춧가루 2 큰술을 넣어서 시래기를 마치 김칫소 넣은 것처럼 맵게 만들어요.

만두피에 만두소를 한 수저 크게 떠서 올려줍니다.

만두소를 넣은 후에 만두피 가장자리에 모두 물을 살짝 묻혀주세요.

살짝 접어가면서 만두를 빚어줍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중불로 만두를 익힙니다.

만두의 한쪽 면이 익으면 물을 조금 부어주세요.

기름이 튀지 않게 조금스럽게 덮으면서 물을 넣어주세요. 찐만두처럼 겉바속촉으로 구워집니다.

맛있는 양념장을 만드는 방법은 많지만 나는 지쳐버려서 간장+식초+참기름+고추 송송으로 했습니다!!



시래기 만두는 예상대로 영혼을 훔치는 맛이었다. 퇴근 후 갑자기 만두를 빚으면서 괜한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닌가 자글거렸지만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우주 먼지와도 같은 하찮은 걱정이었다. 빛깔부터 뇌쇄적인 만두는 잠시 부엌에 들른 올케까지 사로잡아버렸다. 불과 30분 전, 그녀는 배가 부르다며 치킨을 거절했지만 만두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음~ 맛있어요! 시래기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맛있네! "


엄지가 척 올라가는 감탄. 하나만 먹겠다던 그녀는 세 개를 먹고서야 힘들게 자리를 떴다.


오늘의 메인 디쉬, 만두는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촉촉이 목을 적시며 만두의 기름기를 잡아 줄 김치 맛 쌀국수는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두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식탁 위에 올리고 보니 소담스럽고 예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대게 이처럼 소박하고 손에 닿기 쉬운 것들이다.

이렇게 우리와 닮은 작은 것들이 주는 기쁨이 일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고, 그 기쁨은 시가 되기도 한다.

오늘 하루의 수고로움을 시로 만든 것은 회사에서 오가던 대단했던 돈 이야기가 아니라 시래기 내음이 꼬숩게 풍기는, 그리움으로 빚은 이 만두였다.


퇴근이 늦은 아빠는 내가 직접 빚었다는 말에 별 다른 반응이 없지만, 이 정도에는 무안하지도 않은 나는 그저 흐뭇함 뿐이다. 아빠 앞에 차려진 혼자 먹기에 많은 10개의 만두가 한 입에 들어가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사라졌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신과 나의 이별 식탁 : 송어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