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앞둔 딸의 아버지를 위한 저녁 식탁 차리기
집 앞에 송어회 식당이 생겼다.
회가 먹고 싶었던 요즘. 전화를 걸어 포장 주문을 하고 거~한 한 마리를 모셔왔다.
기름지고 쫄깃한 붉은색 송어 회. 아빠는 국물이 필요하다며 도가니탕을 주문했다.
도가니탕과 송어회의 낯선 조합. 그래도 아빠는 맛있게 깨끗이 비워냈다.
당신과 나의 스물아홉 번째 이별 식탁
어렸을 때부터 해산물을 좋아했던 나는, 초등학생 시절 언젠가, 회가 먹고 싶으니 사달라고 졸랐던 적이 있다.
하도 졸라대는 통에 못 이긴 아빠가 데려 간 횟집은 민물횟집이었다.
기대했던 하얀 살이 아닌 붉은 살을 보고 실망감이 울컥 올라왔고, 엄마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난 하얀 생선이 먹고 싶었는데."
웃음이 파~ 터진 엄마는 아빠가 조금 짠 사람이니 이해하라며 날 달랬다.
부산 앞바다에서 짠 물 좀 마시며 자란 사람이라서 그런가.
그땐 실망감에 군데군데 가시까지 더해져 만족스럽지 못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렇게 한동안 송어회를 찾을 일은 없었고 이십 대 중반이 되어 차를 끌고 다니기 시작하며
양평에서 유명하다는 송어횟집을 갈 일이 생겼다.
다시 만난 송어회는 오래간만에 만나서인지 반가움에 더 맛있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며칠째 바다회가 생각나지만 왠지 비용이 부담스럽고 멀리 떨어져 있는 해산물 식당까지 가는 것도 내키지 않던 참에 집 앞 송어회 식당이 눈에 띈 것이다.
송어회를 사 왔다고 하자, 아빠는 영 마뜩잖은 얼굴로 도가니탕을 끓여 달라고 요청했다. 국물이 필요하다며.
하얀 국물 위로 흰 살 생선회를 먹고 싶어 했던 초등학생 보라가 떠올랐다.
세월이 흘러 우리의 역할은 뒤집어졌구나. 하는 거 없이 나이만 먹은 껍데기 어른이라고 여겨지는 내가 그래도어떤 어른의 위치에는 서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송어회에 실망한 어린이에서 송어회로 실망감을 주는 어른으로의 위치 전환.
왜 우리에게 송어회는 사 주는 사람에게만 기쁨일까.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있는 이 아이가 우리 사이에서 당하는 취급에 마음이 상한다. 송어회, 5만 원. 결코 저렴하지 않은 아이. 환영받아야 마땅한 아이.
맛있게 먹다가 씹히는 송어회 가시를 픽 뱉어냈다. 예민했던 마음 중앙을 픽 찢고 짜증이 픽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