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아주 적어도.
나는 내가 독립투사라고 생각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정의로운 것을 고민하고 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내가 지금껏 나를 독립투사라고 생각하며
살 수 있었던 것은,
내가 한 번도 일제강점기를 맞아보지 않아서이다.
너무 적나라고 치밀한, 은밀한 불의 앞에,
그 견고함 앞에 나는 용기가 없었다.
결국 난 도망쳤다.
지금의 난,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용기가 없다.
독립투사로 한 목숨 내어놓지 못할지라도,
독립자금을 지원해 줄 수는 있지 않을까.
그마저도 어렵다면,
가족들에게 지인들에게 정의를 위한 마음만은
놓지 말자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마저 어렵다. 내겐.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적어도,
일본 순사가 길을 지나가다
어느 행인이 그저 눈을 깜빡였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무참히 구타하고 있을 때
군중 속에 숨어 ‘거 너무 한 거 아니요.’라는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은 되길 바란다고,
적어도, 적어도, 그 마음만이라도 잃지 않고
지켜나가며 다시 시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