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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스 Jan 26. 2021

독립투사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아주 적어도.

나는 내가 독립투사라고 생각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정의로운 것을 고민하고 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내가 지금껏 나를 독립투사라고 생각하며

살 수 있었던 것은,

내가 한 번도 일제강점기를 맞아보지 않아서이다.


너무 적나라고 치밀한, 은밀한 불의 앞에,

그 견고함 앞에 나는 용기가 없었다.

결국 난 도망쳤다.


지금의 난,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용기가 없다.


독립투사로 한 목숨 내어놓지 못할지라도,

독립자금을 지원해 줄 수는 있지 않을까.

그마저도 어렵다면,

가족들에게 지인들에게 정의를 위한 마음만은

놓지 말자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마저 어렵다. 내겐.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적어도,

일본 순사가 길을 지나가다

어느 행인이 그저 눈을 깜빡였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무참히 구타하고 있을 때

군중 속에 숨어 ‘거 너무 한 거 아니요.’라는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은 되길 바란다고,


적어도, 적어도, 그 마음만이라도 잃지 않고

지켜나가며 다시 시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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