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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스 Jan 29. 2021

버려두지 않기

피아노를 전공까지 하려 했는데 소나티네 한곡 치는 것도 어려운 밤에.


피아노가 좋아 입시를 준비하던 때가 있었다.

평범한 일반 고등학교에 재학하며,

남들 다 하는 8교시, 야자도 안 하고 피아노를 쳤다.


매일 4~5시가 되면 피아노 학원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자정이 넘게 피아노를 쳤다.

나름 콩쿠르도 나가고,

입시 레슨도 받으며 준비했던

피아노였는데, 어느 순간 포기해버렸다.


시간이 지나 어느덧 피아노에

손을 올려놓지 않은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퇴사를 하고 무직이 되어 잊고 지냈던

피아노가 문득 생각나 손을 올려보았다.


그렇게 열심히 쳤었는데,

정말, 하나도 연주되는 곡이 없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마음이 진심이라 한들,

노력과 열정이 있었다 한들

시간 속에 내버려 두면 아무 소용이 없구나.’


나는 애쓰고 노력하지 않아도

마음만 있다면 운명처럼 이어지는 인연을 바란다.

나는 어차피 이어질 관계라면 내가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이어질 거라며 노력을 하지 않는다.

나는 자주 표현하지 않아도 잘 드러내지 않아도

너라면, 너는, 알아주길 바란다.


참 욕심이다.


그 어떤 열정과 재능과 인연도 시간 속에 버려두면

사그라들고 없어진다.


힘을 빼는 것과 버려두는 건 다르다.

인정하는 것과 포기하는 건 다르다.


오늘부터 매일 10분이라도 피아노를 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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