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보니 좀 이상한데 그냥 올리는 글
“기호”
- 즐기고 좋아함.
사랑을 기호라고 생각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기호처럼 대했다.
내가 생각하는 범위 안에서
내가 좋아하고 내가 싫어하는 것 안에서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라는 기준 안에서.
그런데, 요즘 그런 생각이 든다.
나를 사랑했던, 사랑해주었던 사람들도
기호였을까.
기호도 있었다. 기호가 많았고,
기호가 다수였다.
그렇지만, 아닌 경우도 있었다.
분명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은
과분한 것들을 받은 적이 있다.
당연히, 어머니였고, 애인이었고,
가끔은 지인이었다.
난 그런 기호를 넘어선 사랑 앞에도
늘 기호대로 했다.
“난 나야! 내가 날 잃으면 뭐해!”
“아무리 그래도 아닌 건 아니야!”
“나도 최선이야, 진심이었다고”
“내 마음이 그런 걸 어떻게 해”
요즘 인문학 서적들은 끊임없이 얘기한다.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아껴라.
누군가에게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맞출 필요 없다.
하고 싶은 대로 원하는 대로 살아라.
억압된, 짓눌린 세대 속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달콤한 말이다.
하지만, 달콤함이다.
달콤함을 위로 삼아 그것을 영양분 삼고 그것으로 나를 구성해버리면 문제가 생기리라 생각한다.
(정확히는 나 같은 사람은 문제가 된다.)
기호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나만 좋고, 내가 좋은 건 지표가 될 수 없다.
누군가를 무언인가를 사랑하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살지 않는 이상.
기호는 조금 접어둬야겠다.
아마 기호대로만 누군가에게 대해졌다면,
진즉 어딘가에서 먼지가 되어버렸을
나에 대한 위로. 응원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