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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만 바라지 마라고 인정을 하렴.

학교에서 만난 예쁜 아이들 8화

by 정감있는 그녀


"아! 또 졌어. 선생님, 대결 같은 거 하지 마요."



올해 우리 반에는 유독 지는 것을 싫어하는 친구가 있다. 졌을 때의 감정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그 감정 자체를 느끼고 싶지 않아서인지 게임이나 대결 자체를 하지 말자고 떼를 쓴다.



잘못한 일에 대해 지적받는 것도 못 견뎌한다. 지우개를 쓰지 않고, 글씨를 갈겨써와서 다시 써오라고 하니 화를 내며 자리에 들어간다. 잘 한 친구에게 칭찬을 하고 있으면 멀리서 씩씩거리며 교사에게 소리를 친다.


"다른 애는 칭찬해 주고, 나한테만 뭐라 그러고."


이런 상황이니 다른 아이를 칭찬해 줄 때 이 아이 눈치가 보일 지경이다. 그렇다고 이 친구에게 칭찬을 안 해주는 것도 아니다.

어떤 친구보다도 더 칭찬해 주려고 노력하니까.

자그마한 것 하나 가지고도 인정해 주려고 노력하니까.



요즘에는 칭찬과 인정만을 바라고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친구와 다툼이나 갈등이 생기면 남 탓만 한다. 자기 잘못은 별거 아닌 것처럼 조그마한 실수인데, 친구 잘못이 더 크다는 거다. 이해하고 넘어가기보다는 내 마음이 다쳤다고 소리 지르고, 친구가 불편하게 한다며 화를 내고 때리기도 한다. 사과도 내가 먼저 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하는지 친구 먼저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여러 명이 생활하는 교실에서 항상 내 마음 편하게 지낼 수는 없다. 때로는 친구의 잘못을 이해하고 넘어가줘야 내가 실수할 때 친구들도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다. 내가 고쳐야 할 점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친구 잘못부터 이르는 아이, 사과조차 하지 않는 아이를 좋아할 친구가 몇이나 있을까.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반만 맞다고 생각한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배우지 못한다.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아이는 친구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다.





2011년, 6학년 아이들을 가르칠 때가 생각난다.



S는 우리 반 대표적인 말썽꾸러기 남자아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아이가 예뻤다. 정이 갔다고 할까?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데도 왜 그 아이가 예뻤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친구는 잘못했을 때 변명하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아이였다.



교사는 하루에도 수없이 벌어지는 갈등 상황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지도한다. 가끔 내가 판사인지 변호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아이들의 분쟁 상황을 듣고 해결해야만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S처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친다면 지도는 훨씬 수월하게 이루어진다. 10분 지도할 내용도 5분이면 끝나게 되는 것이다.



너무 쿨해서 문제일 때도 있었지만, S는 남 탓보다는 자기 잘못을 먼저 돌아봤다. 화해도 그만큼 빠르고 잘했다. 그래서인지 말썽을 피움에도 친구들원만하게 잘 지냈다.



잘못을 빠르게 인정한 만큼 행동이 바로 고쳐지면 더 좋았겠지만, 워낙 장난을 좋아했던 아이라 그러지는 않았다. 그래도 1년을 돌아봤을 때 조금씩 나름대로 성장했더라.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도 교사와도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S의 빠른 인정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수와 잘못에 대한 인정은 나를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더 너그럽게 봐줄 것이다.

인정만 바라지 말고, 인정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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