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만난 예쁜 아이들 7화
1학년 담임에게 가장 힘든 시간은 언제일까?
교사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하루 일과 중 점심시간이 가장 힘들었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쏙 빠지는 시간.
식판을 제대로 들지도 못해 엎는 아이들 챙기느라
먹기 싫다고 떼쓰고 우는 아이 달래느라
세월아 네월아 입 안에서 씹지 않는 친구를 재촉하느라
젓가락질을 못해서 밥과 반찬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 도와주느라
요구르트나 짜요짜요 같은 아이들 후식을 까 주느라
그 와중에 내 밥도 후루룩 챙겨 먹느라
1학년 친구들과 함께하는 점심시간은 카오스 그 자체다.
아이들이 급식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조금은 살만해진다. 식판을 들고 잘 걸을 수 있고, 아이들도 처음보다 스스로 잘 먹는다.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친구들을 챙기다 보니 스스로 잘하는 아이들은 나중에서야 눈에 들어온다.
'저 친구는 젓가락질을 야무지게 잘하네. 생선도 발라먹을 만큼.'
'매운 것도 잘 먹고, 나물도 잘 먹잖아. 정말 골고루 잘 먹는다.'
'딴짓하지 않고 집중해서 밥을 잘 먹네.'
'혼자서도 잘 까서 먹고, 친구 것도 도와주다니. 멋진데.'
점심시간에 아이들 모습을 보니 수업 시간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어라?
저 친구는 수업 시간에도 야무지게 잘하는 아이인데!
어라?
집중해서 잘 먹는 저 친구는 수업 시간에도 딴짓하지 않는데!
어어어... 라?
저 아이는 만들기 할 때도 친구들을 잘 도와주는데!
점심시간에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은 수업 시간 모습과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소근육이 야무진 친구는 젓가락질뿐만 아니라 만들기, 그리기 활동도 야무지게 한다. 집중해서 밥을 먹는 친구는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좋고 수업 태도가 좋다. 골고루 잘 먹는 친구는 활동 호불호가 적고, 어떤 활동이든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지녔다.
반면, 편식이 심한 친구는 수업 시간 활동에도 편차가 심하다. 좋아하는 것은 참여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충 하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는다. 젓가락질을 못하는 친구는 가위질과 종이접기를 어려워하고, 전반적인 만들기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밥 먹을 때 자주 멍해지고 늦게 먹는 친구는 수업 시간에도 멍하게 있어 교사의 말을 놓칠 때가 많다.
삶의 모든 태도는 알게 모르게 다 연결되어 있구나.
매일 하루 3끼, 식사라는 행위를 통해 아이들은 삶의 태도를 배우고 있었다. 낯선 음식에 도전하고, 골고루 먹으려고 노력하고, 집중해서 밥을 먹는 태도는 식사 시간을 넘어 전반적인 아이 삶에 스며들고 번져 나간다. 도전과 노력, 집중하는 태도가 배움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골고루 잘 먹는 일은 단순히 건강에만 좋은 게 아니었다.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길러지는 일이기도 했다. 좋은 식습관과 식사 태도는 좋은 학습 습관과 수업 태도로 이어졌다. 간혹 그냥 먹성이 좋은 친구가 있기도 했지만 저학년 아이일수록 식사 태도와 수업 태도는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2학년 담임을 맡은 올해, 우리 반 최고 인기 친구는 J다.
J는 친구들과 사이가 좋고, 수업 태도도 무척 훌륭한 아이다. 2학년임에도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지고 있고, 어떤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멋진 학생이다.
J의 식습관과 식사 태도는 어떨까?
개학 첫날부터 거의 빠지지 않고 밥과 반찬을 다 먹는 아이가 바로 J다. 식사 시간에 딴짓하지 않고 집중해서 밥을 잘 먹는다. 부지런히 먹은 후, 점심시간을 여유 있게 즐긴다. 친구들과 함께 쉬고 놀며 재충전을 한다. 그 힘으로 오후 시간에도 열심히 배움에 임한다.
J를 바라볼 때면 좋은 삶의 태도를 골고루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기 말 J의 생활기록부에는 이 말을 꼭 써주고 싶다.
"좋은 삶의 태도를 가진 이 아이의 미래가 너무 기대됩니다."
정말 J의 미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