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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같은 아이

학교에서 만난 예쁜 아이들 5화

by 정감있는 그녀



"얘들아, 준비물 받으러 나오세요."

"휙~"



어라?

어른이 주는데 한 손으로 휙 채가는 저 아이는 뭐야?



기분이 싹 나빠지려는 순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하고 가는 W의 모습에 다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이런 내 마음이 종지만한 것 같지만 교사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가 없다.



나도 이제 교사로서 경력이 18년 차가 되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뻔한 말을 빌려 말하면, 강산이 2번 변할 만큼 교사 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만나왔다.



강산이 변한 만큼 아이들도 변했다.

신규 시절 만났던 아이들과 지금의 아이들은 여러 부면에서 차이가 많다.



우선 아이들 스스로 했던 일을 교사가 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전보다 자리에 앉아있기 힘들어하고, 교사 말을 귀담아듣지 못한다. 체력이 약해졌고 편식도 심해졌다. 그리고 어른에게 기본으로 갖춰야 할 예의에 대해서 잘 모른다. 아니, 알지만 실천을 안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는 부모님과 친구같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부모님께 하듯이 다른 어른에게 행동하고 말한다. 1학년 담임일 때 선생님에게 반말하고, 선생님 물건을 함부로 만지는 친구도 있었다. 화나면 선생님을 때리고, 고칠 점을 이야기하면 삐지고 울면서 떼를 쓰기도 한다.



낯선 사람을 경계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예전처럼 모르는 어른에게 인사하는 아이를 만나기도 어렵다. 요즘에는 복도에서 마주치는 선생님에게 바르게 인사하는 아이를 만나면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다.



예전에는 거의 하지 않았던 예절 교육을 요즘에는 꼬박꼬박 하고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가르치지 않았던 예절 교육.



어른이 주면 두 손으로 받는 것.

무언가를 받을 때는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어른을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것.

어른 앞에서 "헐, 대박, 어쩔티비" 등 비속어를 쓰지 않는 것.



이 당연한 걸 하는 친구가 참 귀해졌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주는 것을 한 손으로 채가듯이 받아간다. 상처가 생겨 교사가 치료를 해주어도 감사하다고 인사하지 않는다. 그냥 말없이 가버린다. 수업 시간에 "헐!"은 어찌나 많이 쓰는지. 친구들 사이에서 쓰는 말을 어른들 앞에서도 편안하게 쓴다. 인사를 바라는 건 욕심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예의를 갖춰 어른을 대하는 아이를 만나면 보석처럼 반짝여 보인다. 공손한 태도에 흐뭇한 웃음이 지어지고 나 또한 아이에게 예의를 지켜 대한다.






W는 어른에게 예의를 지키고 공손하게 자신의 말을 할 줄 아는 아이였다. 어른에게만 잘 지킬까. 친구 사이의 지켜야 할 예절을 잘 실천하고, 마음이 바르게 세워진 친구이기도 했다.



친구 사이에서도 비속어를 쓰지 않았고, 함부로 험담을 하지 않았다. 여자 아이들의 미묘한 세계에서 W의 바른 모습이 답답하다고 험담하는 친구도 있었다. W는 그 사이에서 마음 고생을 했지만 친구 잘못을 이해하고 용서해서 결국 잘 지냈다. 쉽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 중심이 서 있는 아이라 가능했다.



친구와 잘 지내기 위해서는 세 가지 말을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안녕?"

"고마워."

"미안해."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고마움을 표현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안다면 교우 관계는 원만하게 흘러간다.

W는 세 가지 말도 참 잘하는 아이였다.

친구에게도 교사에게도.



"감사합니다."

"아유. 내가 더 고맙지. 감사인사 해줘서 고맙다."



W의 인사에 나도 감사 인사를 건넸다. 눈치 빠른 친구들은 W의 모습을 모방해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 반은 W의 예의 바른 모습을 배워갔다. 예의를 지켰을 때 상대방도 나에게 예의를 지켜준다는 사실을 조금씩 느끼는 것 같았다.



교사의 백 마디 잔소리보다 친구의 좋은 행동 하나가 아이들에게 더 배움이 된다.

다른 친구에게 배움을 주는 W의 예의 바른 모습은 어떤 보석보다도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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