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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눈이 별건가요.

학교에서 만난 예쁜 아이들 6화

by 정감있는 그녀



"선생님, 주말에 파마하셨어요?"

"어, 맞아. 눈썰미가 좋네."

"예뻐요."

"고마워~칭찬해 줘서."



2014년도 2학년을 맡았을 때, 유달리 눈썰미가 좋은 친구가 있었다. 주변 사람의 사소한 변화를 잘 찾아 이야기해 주는 아이. C는 관찰력이 뛰어난 아이였다.



"와. 손톱 너무 예쁘다."

한 아이가 주말 사이 손톱에 반짝이는 스티커를 붙이고 왔다. 그것을 발견한 C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친구가 자랑하지 않아도 알아서 발견하고 칭찬까지 해주는 C를 친구들은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C는 사소한 변화뿐만 아니라 장점을 찾아내는 눈을 가진 아이였다. 나는 어떤 학년을 맡아도 학급회의를 하는 편이다. 학급 일을 같이 의논하고, 회의 마지막에는 칭찬 친구를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친구에게 고마웠던 일, 친구가 성장하고 발전한 부분을 찾아 칭찬해 주는 시간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칭찬 친구 찾기를 어려워한다.



하지만 C는 기가 막히게 칭찬거리를 찾아서 친구를 칭찬한다.

"00이를 칭찬합니다. 예전에는 발표할 때 목소리가 작았는데, 많이 커졌습니다."

정말로 00이는 요즘 들어 발표를 열심히 하고 목소리도 커진 친구였다.



"00이를 칭찬합니다. 저번에 제가 급식실에서 실수했는데 이해해 줘서 고마웠습니다."

C가 급식을 받을 때 자신도 모르게 친구를 쳐서 친구의 국이 조금 엎어졌던 일이 있었다. C는 실수를 이해해 준 친구에게 고맙다고 칭찬 친구 시간에 발표했다. 분명 그때 사과를 했을 텐데, 은혜 갚은 까치처럼 친구의 기를 살려줬다.



C의 칭찬에 친구들은 '이런 것을 발표하는구나' 하고 감을 잡았다. 시간이 갈수록 칭찬을 하려는 친구가 넘쳐났다. 친구가 성장하는 모습을 응원하고,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면서 우리 반은 점점 칭찬 거리가 가득한 반이 되었다.





나는 알림장을 쓸 때 오늘 하루 중에서 감사한 일을 떠올리는 시간을 갖는다. 떠올린 내용을 알림장에 쓰면서 조금이라도 기분 좋게 하교하기 위함이다. 흔히 감사는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여러 책에서 나왔듯이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은 삶이 행복하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감사한 일이 없다는 아이들이 늘어간다.

감사가 그리 어려운 것일까?


"오늘 날씨가 맑아서 바깥놀이 할 수 있어서 감사해."

"엄마 아빠가 아침에 꼭 안아줘서 감사해."

"아침밥에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나와서 감사해."

"오늘 학원이 적어서 감사해."


내가 예시를 들어주면 그때서야 생각이 난다듯이 쓰지만, 결국 내가 말한 내용을 쓰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자기 일상 속에서 감사함을 찾는 게 아이들에게는 어렵나 보다.



5월 8일 어버이날.

날이 날인만큼 알림장을 쓸 때 부모님께 감사한 일을 적도록 했다.


"아. 엄마가 게임 못하게 하는데..."

"학원도 맨날 다니고."

"고마운 게 생각 안 나면 어떡해요?"


아이들의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께 감사한 일이 없다니...

아이고...

그때 C가 소리친다.

"얘들아, 부모님이 계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거야."



역시 C는 알고 있었구나.

부모님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일상의 사소함을 넘어 인생에서 놓칠 수 있는 감사함을 알아채는 C의 눈은 정말 최고다.

예쁜 눈이 별 건가.

우리 C가 가진 눈이 최고로 예쁜 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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