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만난 예쁜 아이들 9화
얼마 전, 패들렛을 활용해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마다 성격이 다르기에 발표 활동을 즐기는 친구가 있고, 굉장히 부끄러워하며 하기 싫어하는 친구도 있었다. 기특하게도 우리 반은 모두 발표를 해냈다. 목소리 크기가 작을지언정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피하지 않고 해낸 것이다.
발표 모습은 학부모님께 영상을 찍어 보내드렸다. 씩씩하게 발표하지 못했더라도 발표를 한 그 자체를 칭찬해 주시길 바란다며 알림장에 적었다.
학부모 상담 기간.
얼마 전에 한 성장과정 발표에 대해 몇몇 학부모님께서 이야기하셨다.
"제 아이가 발표를 잘하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호호."
M 어머니의 웃는 모습에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씩씩한 M은 자기 표현력이 좋은 친구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큰 목소리로 발표를 아주 잘한다. 자기 의사 표현에 거침이 없다.
"선생님, 제 아이가 너무 소극적인데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하긴 하나요?"
쑥스러워하며 작은 목소리로 발표한 G 어머니께서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G는 부끄러움이 많다.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손을 들어 발표하고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걸 어려워한다.
발표 하나만 보면 M은 참 멋져 보인다. 하지만 그 장점은 때로 단점이 되어 학교 생활에서 종종 교사와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커서 수업 시간에 교사의 말을 자꾸 끊는다. 전체적으로 말하면 잘 듣지 못해서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한 번 더 이야기해줘야 한다.
친구 의견을 듣기보다는 자기 생각만 이야기해서 다툼이 자주 발생한다. 수업 시간에 발표하지 못하면 화를 내기도 한다. 다른 친구들을 골고루 시키고 있는데 선생님은 자기를 미워한다며 큰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씩씩하게 발표를 잘하는 M의 매력은 잘 알고 있지만, 가끔은 버겁게 느껴진다는 걸 알까?
발표만 보면 소극적인 G의 모습을 걱정하시는 게 이해된다. 하지만 그 성격 덕분인지 G는 친구 말을 잘 들어준다. 다들 자기 의견 내기 바쁜데 조용히 들어주고 친구 의견을 잘 따라 준다. 그래서 같은 모둠 친구들과 사이가 좋다. 교사 말도 잘 귀담아듣는 편이다. 수업 시간에 해야 할 일을 알려주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친구가 G다.
"맞아요. M이 표현력이 좋아요. 요즘 시대에 이렇게 자기표현을 잘하는 것은 정말 큰 장점이에요. 다만 경청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그 부분만 길러진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M 어머니께는 아이 칭찬과 더불어 길러져야 할 능력을 넌지시 말씀드렸다.
걱정 가득이었던 G어머니께는 이렇게 말했다.
"쑥스러워 발표가 어려울 수 있죠. 그럼에도 해냈어요. 발표한 것만으로도 정말 잘한 겁니다. G는 발표가 어려워도 친구 이야기는 잘 들어줘요. 잘 듣는 친구들이 요즘 없어요. 정말 귀한 아이예요."
자기 아이를 귀하다고 표현해 주는 내 말에 G어머니께서는 눈물을 흘리셨다. 어머니께 위로를 드리려고 한 말은 아니었다. 정말로 잘 듣는 아이가 귀해졌기에.
친구의 말을 끊지 않고, 귀담아듣는 아이.
교사의 말을 집중해서 듣는 아이.
친구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아이.
어쩌면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게 힘든 걸 수도 있지만, 어찌 됐든 잘 들어주는 것은 귀한 능력이다.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법은 유창한 말솜씨가 아니라 잘 들어주는 것이니까. 부모님께서는 답답하고 걱정되실 수 있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참 고맙고 예쁜 친구다.
내 아이가 쑥스러움이 많고 소극적이라면 이렇게 말해주자.
"말하는 게 어려운 반면 너는 잘 들어주는 아이잖아. 잘 들어주는 것도 정말 좋은 능력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