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감있는 그녀 Jul 25. 2024

[엄마의 단어]출산


출산

:아이를 낳음.   



첫째와 둘째 태어난지 1일 차(참 많이도 닮았다.)


  

임신과 쌍벽을 이루는 출산 스토리가 참 많습니다. 같은 산모여도 태어나는 아이마다 스토리가 다양하죠.


아이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떨어져 결국 진통 겪을 것 다 겪고 제왕절개한 친구, 아이가 나오지 않아서 흡입분만을 한 친구, 간호사가 배를 세게 눌러서 배가 아파서 죽을 것 같았다는 친구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출산 이야기를 물어보면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그때의 우리는 그 힘듦을 오로지 혼자서 겪어야 했습니다. 옆에서 힘이 되어 주는 남편과 친정어머니가 있다 해도 결국은 산모가 해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이상하게 출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전우애 비슷한 감정이 생깁니다. 출산을 한 우리만이 이해해 줄 수 있는 영역 이어서일까요?     


 출산 이야기는 무난다. 둘 다 양수가 터져서 병원에 갔고 첫째와 둘째 모두 자연분만으로 나왔다. 첫째 때는 진통 시간이 긴 데다가 아이가 뒤집어져 있어 나올 때까지 애를 먹었다. 무통을 2번이나 맞아서 잘 걷지도 못하고 소변줄을 꽂아야 했다. 뭐 그 정도는 다른 분들의 출산 에피소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      


둘째 때는 무통주사 없이 그냥 쌩으로 아이를 낳았다. 둘째를 낳을 당시 병원에 마취과 의사가 없어서 무통주사를 맞을 수 없었. 마취가 안 돼서 아픈 데다가 조산기로 인해 누워만 있어서 그런지 힘을 제대로 주지 못했습니다. 아래로 힘을 줘야 하는데 얼굴로만 줘서 얼굴과 목에 있는 실핏줄이 다 터 버렸습니다. 둘째 출산 후의  모습은 몬스터가 따로 없었다.     


요즘에는 산모 2명 중 1명은 제왕절개를 한다고 다. 자연 분만으로 아이를 낳기 힘든 경우 제왕절개라는 선택지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다. 간혹 아이에게 좋다며 자연분만을 강요하는 부모님도 다. 자연분만이 회복 속도가 빨라 산모에게도 좋다며 좀만 더 노력해 보자고 이야기.


하지만 산고를 겪는 건 산모다. 산모 의견이 가장 중요. 의사의 전문적인 소견과 더불어 산모의 출산 결정권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다.  

   

보통 출산의 고통을 최고의 고통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만큼 아프고 힘든 과정이라는 뜻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출산의 고통보다 출산 전의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얼마나 아플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알지 못하는 고통이니 상상으로 고통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출산 3대 굴욕(회음부 절개, 제모, 관장)을 검색해 보고 미리 겁부터 냈습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본격적인 엄마로서의 삶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마음이 심란해졌습니다. 아기 낳기 전이 더 편하다는 주변 말을 들을 때면 출산 이후 삶이 어떨지 생각이 많아졌죠. 출산이 급박해지면 바로 갈 수 있도록 미리 출산 가방을 준비할 때 아이를 만난다는 설렘보다 다가올 새로운 변화에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인생을 보면 준비기간은 긴데 순식간에 지나가는 일이 많다. 매일 하는 식사만 해도 그렇니다.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드는 시간에 비해 먹는 시간은 고작 몇 분. 초, 중, 고 12년을 공부했는데 수능은 하루면 끝입니다. 결혼은 어떤가요. 싸우고 볶고 몇 달 동안 준비했는데 결혼식은 길어야 1시간입니다.


출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신 기간은 길지만 막상 출산하는 시간은 금방 지나갑니다. 열 달 동안 출산에 대해 상상하면서 두려움만 더 키운 거죠. 막상 닥치면 어떻게든 지나갑니다. 물론 너무 아파서 1분이 1분처럼 안 느껴지는 게 문제지만.

 

경험자로서 이야기하고 싶은 말은 출산에 대해 미리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해냈듯이 당신도 잘 해낼 수 있.


출산을 통해 우리는 뱃속에서 움직이던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초음파 사진이 아닌 실제 모습을 보고 남편을 닮았는지 나를 닮았는지 알 수 있죠. 무엇보다 작고 귀여운 나의 아이를 만질 수 있습니다.   


출산이라는 미지의 두려움은 지나다. 생각보다 더 순식간에요. 그리고 그 시간은 내 인생 스토리의 멋진 한 부분이 답니다. 



출산

: 미지의 두려움     


이전 01화 [엄마의 단어]임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