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를 키울 때면 종종 드는 생각입니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처음 해야 하는 일들이 몰려옵니다. 수유하기, 기저귀 채우기, 트림시키기, 아이 옷 입히기, 작고 말랑말랑한 손톱과 발톱 깎기, 아이 콧 속에 꽉 차 있는 콧물 빼기, 잠재우기 등 셀 수가 없습니다.
빠르면 출산 당일이나 다음 날, 늦으면 3~4일 후쯤 모유 수유가 시작됩니다. 내 가슴이 아이의 일용할 양식이 된다니. 가슴을 드러내는 것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면 하게 되는 게 엄마였습니다.
첫째 아이 때는 당연히 수유가 처음이기에 제대로 아이에게 물리기 어려웠습니다. 유륜까지 확 집어넣어야 하는데 유두 부분만 아이에게 물렸던 겁니다. 빠는 아이도 힘들고 물린 엄마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제대로 물리지 않으면 유두 부분에 상처가 생깁니다. 상처 부분에 옷이 조금만 스쳐도 미친 듯이 아립니다. ‘아리다’라는 단어 뜻을 경험으로 제대로 알게 되었죠.
유두통증으로 유명한 연고를 바르고 원시인처럼 옷을 풀어헤치고 누워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 식사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신생아 시기는 2~3시간마다 수유를 해야 합니다.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통증만 조금 가라앉히고 다시 수유할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의 위대함을 나 스스로 느꼈던 경험이었습니다.
수유 다음으로 어색했던 일이 기저귀 채우기였습니다. 작디작은 아이의 발을 잡아 들고 엉덩이에 기저귀를 쏙 넣은 후 아이가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헐렁하지 않은 상태로 기저귀를 채워야 합니다. 이 적절한 선을 찾기가 어찌나 힘들던지요.
아기가 불편할까 봐 헐렁하게 채우면 똥이 “안녕?”하고 삐죽 튀어나옵니다. 신생아의 똥은 더러운 똥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똥을 만나는 게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아이가 버둥거리기라도 하면 “으아악~~”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아이 울음에 대처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무엇 때문에 우는지 감을 잡을 수 없으니까요. 배가 고픈 건가? 기저귀가 축축한가? 아니면 잠투정인가? 이러나저러나 아이 옆에서 살피고 안아주다 보면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지 계속 불안하기만 합니다.
첫째와 둘째의 첫 스킨십/ 속싸개 싸는 것은 둘째 때도 어렵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세요. 어색하고 어려웠던 일을 능숙하게 해내는 나를 만나게 될 테니까요. 하루에 여러 번 매일 반복하면서 실수는 줄어들고 노하우는 늘어갈 것입니다.
물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처음인 일들이 계속 나타납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겁니다. 그래서 첫 아이 키우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처음이 계속 나타나니 말이죠.
하지만 결국 익숙해질 것입니다. 어색했던 수유도 기저귀 채우기도 시간이 지나 능숙하게 해 냈던 것처럼요. 아이를 키우다가 만나는 모든 처음이 나를 당황스럽게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능숙하게 해낼 거라 믿습니다.
저는 엄마들이 우리의 처음을 너그럽게 바라봐주면 좋겠습니다. 실수한다고 큰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니까요. 우리도 엄마가 처음이니까요. 나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토닥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린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처음
: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
추가글:
모유 수유를 엄마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엄마의 가슴에 따라 수유가 어렵기도 하고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 분유로 크나 모유로 크나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랍니다. 내 아이에게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습니다. 아이는 그 마음을 먹고 자란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