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감있는 그녀 Aug 26. 2024

[엄마의 단어]조절하다


조절하다

: 균형이 맞게 바로잡다.

: 적당하게 맞추어 나가다.




저는 10살, 7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17년 차 초등교사이기도 합니다. 교육과 육아는 참 비슷합니다. 아이 한 명을 가르치고 기르는 일이니 비슷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에게 엄마의 모습으로 대해야 하는데 교사의 모습으로 대할 때가 많습니다. 도 모르게 말이죠.


엄마로서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기르면서 점점 중요하다고 생각한 능력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이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아졌거든요. 그로 인한 문제도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능력인지 눈치채셨을까요? 이 능력은 '조절능력'입니다. 내 몸을 컨트롤하고, 휘몰아치는 감정을 다스리고, 하기 싫더라도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 이 모든 일은 다 조절능력과 관련 있습니다.


유아 시절, 조절 능력이 필요한 대표적인 일은 대소변 가리기입니다. 소변과 대변의 느낌을 알아채고, 화장실에 갈 때까지 참아내야 합니다. 밤에 잘 때도 소변이 마려우면 일어나서 화장실을 다녀와야 하죠. 대소변 가리기는 생각보다 어렵고, 내 몸을 조절해야 하는 대표적인 발달 과제입니다.


몸이 어느 정도 조절된다 싶으면 이제는 감정을 다스려야 합니다.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아 친구와 갈등이 생기고, 학교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7살인 제 아들도 지금 한창 감정 조절을 배우고 있습니다. 5살 때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드러눕고 소리를 지르며 울어 대서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 5살 아들 때문에 미치겠어요."를 검색할 정도였죠.


드러눕고 울었던 5살을 넘어 6살 때는 쿵쿵거리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울었습니다. 나름 발전을 하더군요. 7살 지금은 확실히 감정 조절이 좋아졌습니다. 감정이 격해지면 방에 들어가 조용히 울고 나오거나 엄마에게 와서 위로해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감정 조절 이 한 가지를 3년 넘게 가르치고 있네요.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사실 어른이 돼서도 감정 조절이 안될 때가 많습니다. 인생 전반에 걸쳐서 배워야 하는 봅니다.


감정과 관련해서 아이에게 말했던 몇 가지가 있습니다.


"감정은 날씨와도 같아.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

"너 감정은 네가 스스로 조절해야 해. 너만이 할 수 있어."

"화가 나면 심호흡하려고 노력해. 그리고 울어도 괜찮아."

"울었더니 마음 편해졌어? 엄마가 안아줄까?"

"위로가 필요하면 엄마에게 와서 말해줘. 말로 표현해야지 알 수 있어."


아이가 드는 감정 자체를 인정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감정은 옳으니까요. 그러나 표현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울음으로 떼쓰기로 표현하지 않고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꾸준히 가르쳤습니다. 화가 나면 심호흡을 크게 3번 하라고 이야기도 해주었죠. 처음에는 하지 않고 더 울어대더니 어느 순간 심호흡을 하면서 스스로 진정하려고 노력하더군요. 가르쳐준다고 바로 좋아지지는 않지만 들은 걸 기억하고 조금씩 변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존중해 주는 부모님들이 많아졌습니다. 그에 따라 내 감정만 중요해진 아이들 늘어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몰입되어 주변 상황을 살피지 않고 피해 주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하기 싫다고 버티기도 하고요. 저는 자신의 감정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감정도 헤아릴 수 있도록 아들, 딸에게 자주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눈치 보는 게 아니라 배려의 차원에서 말이죠.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은 하는 것,  세상 이치인 것 같습니다. 밥을 먹기 싫어도 성장을 위해서 때에 맞춰 식사를 해야 합니다. 양치질하기 싫어도 치아 건강을 위해 꼭 해야 하죠. 카시트에 앉아 차를 타고 가야 하고, 정리하기 싫어도 자기가 놀던 것을 정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감정과 욕구를 잘 조절해야만 그 윗단계인 학령기에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학습에도 조절능력이 필수입니다. 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해야 할 공부에 집중해야 합니다. 움직이고 싶어도 앉아서 수업을 들어야 하죠. 하기 싫고 짜증 나는 감정을 조절하고 움직이고 싶은 내 몸을 조절해서 학습이라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조절 능력이 잘 되는 친구들은 학교 생활도 잘하고 공부도 잘합니다. 친구 관계도 좋습니다. 교사 생활을 할수록 조절 능력의 중요성을 점점 느낍니다.


저는 지금 3학년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저희 반 아이 한 명은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계속 움직입니다. 그럴 때 "자기 몸은 자기가 조절해야 해. 가만히 있도록 조절해 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가만히 있으세요."라는 말보다 훨씬 잘 교정이 되더군요. 누군가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조절할 거야 라는 의지가 담겨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핍도 없고 포기도 빠른 요즘 아이들, 재미와 흥미 위주의 활동을 선호하고 끈기와 노력이 필요한 활동은 금방 지쳐합니다. 저희 집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로서 바람은 하기 싫더라도 짜증이 나더라도 내 마음을 다스리고 내 욕구를 조절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에서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없으니까요. 세상은 그런 사람에게 더 기회가 많이 오니까요.






조절하다

: 아이에게 꼭 길러주고 싶은 능력


이전 13화 [엄마의 단어]입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