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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Aug 20. 2024

[엄마의 단어]정리


정리

: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함.



아이 물건으로 가득찬 거실


미혼 시절 는 정리를 잘하는 편 아니습니. 옷가지며 먹은 그릇이며 바로바로 정리하지 고 쌓아두. 지런한 엄마를 믿고 깐만 눈을 감으면 됐. 그러면 언제나 깨끗한 상태로 다시 돌아왔으니까.


결혼을 하고 내 살림이 생긴다는 것은 생각보다 책임감이 많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내가 가져다 놓지 않으면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때, 내가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먹을 그릇이 없을 때, 친정 엄마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해 왔는지 비로소 할 수 있었. 그리고 집안일이 끝이 없는 노동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니다.


운이 좋게도 남편은 부지런집안일도 능동적으로 하는 남자였습니다. 지만 집안일 편애가 있었습니다. 소를 좋아해서 청소기를 자주 돌리지만 설거지는 하기 싫어했습니다. 찍찍이로 먼지와 머리카락은 제거하나 을 개서 서랍 속에 가지런히 넣는 것을 잘 못했습니다. 남편 본인이 좋아하거나 잘할 수 있는 일에 손을 보탤 뿐이었습니다. 신혼 때는 남편이 잘하는 집안일,  잘하는 집안일 나누어 나름 균형 있게 생활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 균형이 깨지더군요. 집안일과 더불어 육아까지 해야 할 일은 점점 많아졌습니다. 과부하가 걸릴 것같았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기 위해 육아 아이템들을 검색하고 중고로 구입습니다.


엄마들은 알 것입니다. 육아는 아이템이라는 것을. 바운서와 모빌, 촉감 장난감, 토방지베개 등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육아아이템집에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최소한으로 하려고 노력했는데도 아이물건은 계속 늘어갔습니다. 둘째 때 쓰려고 수유쿠션, 유축기 등 신생아 시기의 육아아이템도 버리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크면서 지인이 물려준 미끄럼틀과 방방이 등 덩치가 큰  물건까지  집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연히 리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 물건이 주는 알록달록함도 한몫했죠. 청소를 좋아하는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은 항상 흐트러진 모습이었습니다. 물건들로 인해 집안은 복잡해졌고 공간적으로 여유가 없었습니다.


공간만 여유가 없었을까요. 정리할 시간도 에너지도 없습니다. 치우면 다시 어지럽혀지는 아이와의 일상에 엄마는 손을 놓게 될 수밖에 없죠.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정리는 엄마에게 큰 숙제와도 같습니다.


어느 날 새벽, 둘째를 수유하다가 우연찮게 미니멀 라이프 카페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니, 런 사람들이 있다니! 무언가에 홀리듯이 카페 글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정돈된 거실과 부엌 사진을 보고 있으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있더군요. 나도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선 카페에서 추천해 준 미니멀 라이프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의 철학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고 구체적인 정리 방법도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으면서 선 버려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가장 먼저 옷을 공략했습니다. 이즈가 맞지 않은 , 집에서 입으려놔둔 낡고 구멍 난  등 몇 년 동안 입지 않은 옷을 나눔 하거나 헌옷수거함에 버렸습니다. 입었을 때 기분 좋고 자신감이 높아지는 옷만 남겨 놓려고 했습니다. 마음이 후련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위한 것만 남겨두니 내가 더 소중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다음으로 거실과 방에 증식하고 있었던 육아아이템도 정리했습니다. 물려주거나 중고로 팔았습니다. 비슷한 장난감  괜찮은  한 두 가지만 놔두고 다 정리했습니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처분을 했습니다. 거실이 좀 더 깔끔해지고 공간이 여유로워졌습니다. 난감 개수가 줄어드니 정리에 걸리는 시간도 짧아졌습니다.



환골탈태(?)한 부엌의 모습


그렇게 수개월 동안 나눔 하고 중고로 판매하면서 물건을 많이도 비웠습니다. 남은 물건들은 정해진 공간에 수납해 가족이 쉽게 찾을 수 있게 했습니다. 점점 집이 쾌적해지고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집이 정리될수록 내 집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내가 생활하는 공간이 좋아지니 내 자신도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조절능력이 높아졌습니다.


어지럽혀진 것을 질서 있게 만들면서 내 공간과 나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정리는 내가 있는 공간을 아끼는 행동이었고 내 자신을 높이는 행동이었습니다. 왜 엄마가 그리도 정리를 하셨는지 이해가 됩니다.


지금은 정리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마 아이커 가면서 아이 물건 사들이는 시기가 또 오겠지. 그래도 내가 지내는  공간이 쾌적함을 잃지 않도록, 제일 편안한 곳이 되도록 살펴보고 바꿔나갈 것입니다.

그게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길이라는 걸 아니까요. 





정리

:  공간과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일

       


<추가글>


지금 아이를 키우면서 무력감과 우울감이 있거나 생각이 정리가 안된다면, 옷장 한 칸이라도 정리해 보길 바랍니다. 상황이 조금이라도 변하고 나아질 거예요. 정말입니다. 속는 셈 치고 꼭 해보세요. 끝도 없이 정리해야만 하는 당신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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