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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Aug 28. 2024

[엄마의 단어]사춘기

사춘기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어 가는 시기




10살인 첫째 아이는 사춘기 비슷하게 삼춘기가 왔습니다. 가끔 선을 넘는 발언을 하기도 하고 말투에서 건방짐이 뚝뚝 떨어집니다. 그렇게 행동하다 제정신이 돌아오면 자기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청문회식 화법으로 말하는 딸입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안 납니다."


아직 제 아이의 사춘기를 겪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의 아이들을 많이 가르쳐 봤고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학부모님도 여럿 만났습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는 참 예민하고 불안감이 높습니다. 남자애들은 신체적으로 갈등을 일으킨다면, 여학생들은 관계를 가지고 물밑 다툼으로 보이지 않게 갈등이 진행됩니다. 요새는 핸드폰으로 더 복잡해진 갈등상황이 많아졌습니다.


분명 부모에게 옳고 그름을 배웠음에도 사춘기 시기의 아이들은 현명한 판단을 잘 내리지 못합니다. 피해자인 친구가 다시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일을 더 키우죠. 아이들은 혼자서 잘할 수 있다고 큰 소리 떵떵 치지만 현실은 판단 미숙으로 인한 실수가 허다합니다. 숨기려다가 더 부모를 화나게 하고요.


감사하게도 생님에게는 아이들이 예의 지켜줍니다. 하지만 부모에게는 가차 없더군요. 사춘기 아이 때문에 우는 부모님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내 말을 더 이상 듣지 않는 아이를 가르치고 책임져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렇게 착했던 내 아이가 나쁜 짓을 저질렀을 때는 배신감으로 마음에 상처도 받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여러 힘든 시기들이 있지만 저는 사춘기 시절이 제일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겪지 않아서 더 두려움이 있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어린아이들은 엄마 무서운지도 알고 엄마 사랑도 중요하고 그만큼 애정표현도 해줍니다. 하지만 사춘기 아이는 엄마를 밀어내고 상처 줍니다. 필요 없는 존재,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해도 그렇게 생각이 들게끔 행동을 합니다.


이미 겪은 선배엄마님의 말에서 인상 깊은 게 생각납니다.

"뇌가 제정신이 아냐."

실제로 사춘기 시기의 뇌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고 하니 '제정신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는 거죠. 상처받지 않게 말도 먼저 걸지 말래요. 아이가 도움을 청할만한 거리에 있되 적당히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게 사춘기 자녀와의 공생방법 같습니다.


코로나 유행 후, '거리두기'라는 단어는 우리 생활로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사춘기 자녀와 적절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상처 주고받지 않도록 말입니다. 아에게 주는 관심과 사랑을 덜어내는 한편 아이를 믿어주고 스스로 하게끔 기다려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살 수만 있다면 아이의 말에 상처받지 않는 마음의 갑옷이라도 사고 싶네요. 그래도 이 시기 지나면 다시 정신 차리고 내 딸, 아들로 돌아온다고 하니 그것에 희망을 갖고 버텨야겠지요.



사춘기

: 뇌가 제정신이 아닌 시기

: 적절한 거리 두기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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