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휴게소나 공중 화장실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문을 닫지 않고 볼일을 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아주머니들이 앉아있으면 깜짝 놀라 죄송하다고 하고 나왔죠. 하지만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아니, 문을 왜 안 잠그는 거야!"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되니 그게 점점 이해되었습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볼일을 보게 되거든요. 어릴 때 아이는 엄마가 사라지는 것이 무서워 많이도 울었습니다. 분리불안이었습니다. 아이가 껌딱지처럼 붙어서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갔습니다. 아이가 안심할 수 있게 문을 열고 볼일을 볼 수밖에 없었죠.
볼일을 보는 그 잠깐 동안 아이가 운다고 큰일나는 게 아닌데도 아이의 울음을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첫째 아이 키울 때는 더더욱 그랬습니다. 그래서 문을 닫지 않고 열어 놓게 된 거죠. 볼일을 보는 것도 샤워를 하는 것도 참 오픈형으로 살았습니다. 아이가 큰 지금도 가끔 문을 닫다 말고 볼일을 볼 때가 있습니다. 확실히 닫지 않고 볼일을 보다가 살짝 열린 문을 보고 제 자신에게 깜짝 놀라게 됩니다.
"아이고.. 나도 아줌마 다 됐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휴게소 화장실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이 생각났습니다. 저처럼 오픈형으로 살다가 문 닫는 게 중요하지 않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모습저만 그런 거 아니죠?
오픈형으로 살라고 매달리고 울던 아이는 어느새 사춘기가 되어 본인이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립니다. 벌컥벌컥 문을 열고, 화장실도 못 가게 했던 아이였는데 말입니다. 자신의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가 들어오지도 못하게 합니다. 들어가려고 하면 아주 공손하게 똑똑똑 하고 허락을 받아야 하죠. 상전이 따로 없습니다. 문 하나로 아이와 벽이 생기고 다가가기 어려워졌습니다.
문을 닫은 후로 아이는 부모가 모르는 비밀이 늘어갑니다. 꽉 닫은 문 안에서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부모는 알 수 없습니다. 아이의 마음도 점점 알기 어려워집니다. 자기 필요할 때만 문을 열고 나와 부모에게 요구만 하겠지요. 아이가 어리든 크든 간에 문은 부모 마음대로 열고 닫기 힘든 것 같습니다.아이의 요구대로 열었다가 아이의 마음대로 닫아버리는 게 문이네요.
언젠가 문을 열고 부모에게 다시 다가올 거라는 걸 알기에 기다릴 수야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화난다고 문 세게 닫고 들어가는 꼴은 너무 보기 싫은데 어떡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