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은 조금 무섭습니다. 제가 클릭했거나 끝까지 시청한 영상을 기억하고 관련된 영상들을 끊임없이 추천하니까요. 저도 모르게 클릭하면 비슷한 주제의 영상을 추천하도록 소스를 제공하는 꼴이죠. 그렇게 유튜브 알고리즘을 보면 나의 관심사가 보입니다.
요즘 제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교육 관련 영상이 많이 뜹니다. 독서, 수학, 영어 등 각 과목별 공부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 외에도 ‘상위권 아이는 이게 다릅니다.’라는 영상도 자주 보입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학부모가 되면서 공부라는 관심사가 더 강해졌습니다.
아이가 상위권이 되길 바라지 않는데 상위권 아이의 특징을 설명하는 영상을 클릭하게 됩니다. 명문대 입학한 자녀를 초등학교 때 어떻게 가르쳤는지 알려주는 영상에도 관심이 갑니다. 내 아이를 명문대에 입학시키려는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제 무의식은 그게 아닌가 봅니다. 공부는 엄마도 모르게 욕심이 생깁니다. 그 욕심과 기대를 내려놓고 내 아이를 바라보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공부 말고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많은 세상입니다. 공부만 잘하는 사람보다 사회성, 문제해결력, 실무 능력과 경험을 우선시하는 시대로 점점 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특출한 재능이 있고 확실한 꿈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공부는 미래의 나의 꿈을 위해 대비해 놓는 보험 같습니다.
공부를 통해 나중에 목표와 꿈이 생겼을 때 그것을 이뤄나가기 위한 기본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매일 꾸준히 하는 습관,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을 하는 조절 능력, 단순 지식 습득만이 아닌 지식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넓게 보고 깊게 사고하는 연습이 공부라는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기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클 것입니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기본인지 적정선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영어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해야 기본인지, 컴퓨터도 해 놓아야 할 것 같고, 한자도 공부해야 하고. 아이에게 필요하다는 기본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하나씩 추가됩니다. 아니, 여러 개가 한꺼번에 추가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여유 있는 시간을 주고 싶은데 기본만 해도 하루가 바쁩니다. 아이 스스로 주도해서 공부하도록 가르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자꾸 간섭하고 참견하려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내 아이는 공부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겁게 키울 거야.”라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엄마가 기대를 내려놓고 아이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도 좋은 교육관입니다. 초등학교 때 많이 놀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학교에서 공부할 때 아이가 힘들어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아이도 느낍니다. 주어진 활동 시간 내에 완료하지 못하는 경험이 쌓이고 선생님의 설명을 알아듣지 못하면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고 부끄러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는 거지요. 아이가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잘 따라온다면 너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시간을 내어 공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부하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욕심을 내려놓고 불안을 떨쳐 내려고 노력합니다. 앞서 나가기보다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을 정도면 됐지.' 하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매일 꾸준히 하는 습관이 길러지도록 신경은 쓰고 있습니다. 하고자 하는 동기와 의지는 아이 몫입니다. 하지만 동기와 목표가 생겼을 때 치고 나갈 수 있는 힘은 습관에서 나오는 거라 생각합니다.
어른이 되어보니 배움과 성장에는 끝이 없습니다. 공부는 학창 시절에서 끝이 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배우고 싶은 것을 찾아 공부하고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제 아이 또한 그런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아이가 공부라는 과정을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생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친구가 될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