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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Oct 11. 2024

매일 일기 쓰기의 위력!

좌충우돌 집공부 7화




7월 무렵, 딸은 학교에서 일기 쓰기를 배다. 3월에 ㄱ,ㄴ,ㄷ 를 배운 아이5개월 뒤에는 문장으로 일기를 야 한다. 교육과정이 그렇게 짜여 있지만 가르치는 생님이나 배우는 학생에게 빠듯한 일정이다.



한글은 소릿값이 정해져 있어 원리만 알면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쓰려고 하면 참 어렵다. 겹받침, 띄어쓰기 등 파고들수록 어려운 게 한글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인데도 여전히 맞춤법이 헷갈린. 띄어쓰기도 수하기 일쑤이다.


어른도 이런데 아이들은 얼마나 어려울까. 대부분의 1학년 아이들은 소리 나는 대로 쓴다. 띄어쓰기도 마음대로다. 문장 하나 쓰는데도 어렵고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

연습을 충분히 해도 어려운데 일기 쓰기를 좀 배우다 보면 여름 방학이 된다. 학교에서 연습할 시간이 충분 않다. 방학 동안 가정에서 보충해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 집공부로 꾸준히 해보자.


독서가 기본이다.
매일 1장의 힘을 믿자.
글쓰기를 꾸준히 하자.



우리 집공부 스타일을 떠올리며 일기 쓰기를 매일 연습했다.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여름 방학 때 집중적으로 썼다. 


아이 혼자 스스로 쓰라고 하 글감부터 막다. 아이와 이야기 나누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같이 떠올렸다. 그중에서 무엇에 대해 쓰고 싶은지 아이가 선택했다. 선택한 글감을 말로 먼저 표현다.

말로 표현할 때 핸드폰으로 녹음을 하면 좋다. 녹음 없이 그냥 엄마가 기억을 해두기만 해도 된다. 아이가 쓰다 막히면 "아까 이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라고 소스만 줘도 다시 떠올린다.



할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부분은 붙여 쓰고 쉬어지는 부분은 띄도록 알려줬다. , , 이, 가, 에, ,  등은 혼자서 있지 못하고 앞의 단어와 붙여 써야 한다고도 말해줬다. 여러 번 연습하고 알려주니 완벽하지 않아도 얼추 띄어쓰기를 했다. 잘못 쓴 부분을 읽어주면 어색한 부분을 알아채고 쳤다.





소리 나는 대로 써도 괜찮지만 아이가 모른다고 물어볼 때는 맞춤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그림일기장보다 글짓기장이라는 공책을 활용했다. 한글 문장 쓰기에 점을  때문이다.

글짓기장은 원고지공책으로 4~5 문장만 써도 한쪽이 꽉 차고 띄어쓰기도 연습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 지도를 할 때 글짓기장을 선호한다.



처음에는 일기 한 편 쓸 때 40분 이상씩 걸렸다. 쓰기 싫은 날은 1시간도 넘게 걸린 것 같다. 아이 옆에 앉아 도와주면서 나의 인내심이 많이 길러졌다. 아이의 투정과 늘어짐을 참으며 꿋꿋이 가르쳤으니 말이다.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안 할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매일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글쓰기 너무 싫어하면 어떡해요."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글쓰기는 학교에서 계속한다. 차라리 가정에서 꾸준히 연습해 내공을 르는  장기적으로 좋다고 생각했다. 연습으로 글쓰기를 만만하게 생각하길 바랐다.



쓰다 보니 점점 시간이 줄어들었다. 글감도 스스로 잘 찾고, 쓰고 싶은 주제가 있는 날에는 일기장을 먼저 펼치기도 했다. 띄어쓰기나 맞춤법은 여전히 실수 투성이었으나 표현력이 좋아졌다.

딸의 일기는 읽는 재미가 있었다. 흔히 쓰는 '나는 오늘 ~를 했다'로 시작해 '재미있는 하루였다.'로 끝나지 않았다. '꽃밭에 도착했다.'가 아니라 '꽃밭에 이르렀다.'라표현을 써서 놀라기도 했다. 좋은 표현을 쓸 때면 칭찬을 듬뿍 다.


일기 쓰기 전, 말로 표현하다 보면 종종 기발하고 참신한 표현이 나다. 그럴 때는 적극 반응해 주고 꼭 쓰라고 한 번 더 강했다.





일기 쓰기는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자주 쓰려고 노력했다. 연습할수록 글쓰기는 늘었다. 딸은 일기 쓰기를 점점 만만하게 생각했다. "금방 해."라는 말을 종종 했으니까.

실제로 금방 해 냈다. 글쓰기를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딸은 일상 이야기를 벗어나 학교에서 배운 내용으로 학습일기까지 썼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쓴 게 너무 신기했다. 더듬더듬 글자를 읽던 친구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그 과정은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변화가 없관심을 두지 않던 식물이 어느 날 쑥 자라 있는 처럼 아이는 어느 순간 성장했다.



일기 쓰기를 시작으로 독서록 쓰기, 마음 글쓰기, 오레오 글쓰기 등 다양한 글쓰기를 집공부로 이어갔다. 1학년부터 꾸준히 써 온 글쓰기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진가를 발휘했다.

2학년 담임 선생님께서는 통지표에 이렇게 적어주셨다.



매일 썼던 일기가 글쓰기 내공으로 쌓였다. 노력한 만큼 애쓴 만큼 딸의 쓰기 능력은 좋아졌고, 그게 학교 생활의 큰 무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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