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까지는 직장을 잘 다녔던 워킹맘이라도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아침에 등원하면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맡겨둘 수 있다. 하지만 학교는 그렇지 않다.
저학년은 대부분 1시내외로 수업이 끝난다. 주 2회는 1시쯤 끝나고 주 3회는 1시 50분에 끝난다. 학교마다 끝나는 시간이 5~10분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이 시간이면 학교 정규 수업은 끝이 난다.
아이의 오후 일정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돌봄 교실이나 방과 후로 오후 일정을 짜는 경우, 학교 밖의 사교육 학원을 도는 경우, 그리고 이 2가지를 섞어서 하는 경우다. 세 경우 모두 아이가 스스로 시간에 맞춰 장소를 찾아가야 한다. 요일마다 달라지는 오후 일정을아이가기억해서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
아이가 잊어버릴까 봐 종이에 써주는 학부모님도 계시고, 아침마다 일정을 알려주는 분도 계신다. 3월 초반에는 학교지리를 모르는 1학년 아이들을 위해 담임교사와 방과 후 교사가 장소를 알려주고 데려다주기도 한다.
1~2주 하다 보면 대부분 돌봄 교실이나 방과 후 교실을 잘 찾아간다. 하지만 중간에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생겨버리면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얼어버리고 당황해 버리고 울어버린다. 1학년 아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돌봄 교실에 선정되지 않고, 학원으로만 오후 일정을 채워야 하는 경우가 가장 어렵다. 학원비도 부담되고, 시간 맞춰 다음 학원으로 가야 하는 아이도 힘들다. 처음에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내 아이가 버거워하는 것을 보면 엄마들은 직장을 그만둬야하나 고민하게 된다. 오후에 내 아이를 돌봐주기 위해서 말이다.
수업을 마친 후의 일과도 문제지만 아이는 오전수업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시간에서 조금 자유로운 편이다. 수업 시간이 있지만 학교에서의 수업 시간과는 느낌이 다르다. 유아에 맞게 수업 시간도 짧고 흥미위주의 수업이 많다. 화장실도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다.
학교는 40분이라는 정해진 수업 시간이 있다. 10분이라는 쉬는 시간 동안 화장실을 다녀오고 다음 시간 공부를 준비한다. 1학년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수업 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다. 저학년은 나이의 특성상 움직이거나 그리는 활동 위주의 수업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유치원 시절과 비교한다면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확실히 많아진다.
초등학교라는 크고 낯선 곳의 시스템을 배우고 익히느라 입학하고 3월 한 달은 아이들이 긴장 상태로 지내게 된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긴장이 풀리면 3월 말이나 4월 초에 이유 없이 종종 아프기도 한다.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신경 쓰고 에너지를 많이 소모했다는 의미다. 입안이 헐거나 입술에 물집이 생기기도 하고, 배탈이 나기도 한다. 워킹맘의 경우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하면 학교를 마친 오후에는 아이가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도 긴장을 풀고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이 있어야 하기에.
딸은 돌봄 교실에서 오후 일과를 보냈고, 방과 후도 최소한으로 했다. 집공부도 거의 하지 않았다.1학년1학기는 학교에 잘 적응하는 시기로 생각하고 학습에서는 여유를 가졌다.이 시기에 배우는 학습 내용은 한글과 수세기, 간단한 10 이하의 덧셈, 뺄셈이대부분이다. 나머지는 그리고 만들고 움직이고 노래 부르고, 유아 시절부터 배워왔던 사회 전반적인 규칙을 체계화시키며 공부하는 정도이다. 학습적인 부분이 많지도 어렵지도 않다.
딸은 읽기 유창성이 부족했기에 소리 내어 읽기만 매일 꾸준히 했다.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도 자주 해주려고 노력했다. 유아 시절에 잘하지 못한 책 읽어주기를 1학년 1학기에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퇴근 후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놀기도 하고, 밖에서 줄넘기 연습하는 것을 종종 지켜봤다. 자유시간에 딸은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렸다. 동생이 오면 역할놀이와 몸 놀이 위주로 놀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집중해서 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따로 교재나 학습적인 학원은 다니지 않았다.
1학년 때는 몸 건강히 학교에 잘 적응하고 배우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길 바랐다. 딸은 학교가 너무 재미있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학교 생활을 잘했다.
"유치원에 가고 싶어. 그리워."라고 이야기할 때도 있었다. 마음은 인정해 주었지만 학교는 가야 하는 곳이라고 마지막에 꼭 붙여 말했던 것 같다. 평소에도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이 있는 거야."라고 가르쳐서인지 잘 수긍했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곳이라고 알았던 거겠지.
1학년 1학기, 딸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시간.
"어머니, OO이가 글씨를 정말 잘 쓰더라고요."
7살 초반에 글씨 쓰기가 헛되지 않았나 보다. 반에서 글씨를 가장 잘 쓴다고 선생님이 칭찬해 주셨다.
이어진 선생님의 말씀.
"1학년은요, 하나 잘하면 끝이에요. 그림을 잘 그리거나 종이접기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하거나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 하나 있으면 아이들은 잘 지낼 수 있어요. OO이는 글씨 하나는 우리 반 최고예요."
나도 1학년 담임을 맡아봤기에 저 말씀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안다. 딸은 글씨로 자신감을 가지고 학교 생활을 잘해나가고 있었다. 다른 친구의 장기를 부러워하면서도 "난 글씨를 잘 쓰니까."라고 자신을 치켜세우며 지냈다. 그러면서도 다른 친구의 멋진 점들을 배우고 따라 하면서 성장했다.
1학년을 보내며 딸은 학교라는 곳에 잘 적응했다. 그리고 배우는 것이 지루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자신의 성장에 필요하다는 걸 아는 아이로 자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