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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Oct 14. 2024

수학 공부를 시작합니다.

좌충우돌 집공부 8화



"엄마, 도착하려면 몇 분 남았어요?"

"한 3분?"

"3분이면 몇 초지? 세봐야지."

"1분에 60초니까 몇 초일까?"

"음.... 70초?"

"1분이 60초인데 3분이라니까."

"아! 100초?"



아니, 1학년인데 이렇게 수 개념이 없을 줄이야...

딸과 대화하다가 가슴이 답답해졌다.


5살 때 숫자 5까지밖에 세지 못한 딸은 수학 머리가 있는 편이 아니다. 공부 머리, 수학 머리로 아이의 한계를 정해두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확실히 수학 센스가 있는 친구가 있긴 하다. 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객관적으로 본 딸은 수개념이 떨어지고 논리적 사고력도 부족했다.



초등학교에 잘 적응하고, 한글도 조금씩 나아지고 나니 이제는 수학이라는 문제가 다가왔다. 보드게임을 하다가, 평상시 대화를 하다가 밑도 끝도 없는 딸의 수개념에 깜짝 놀라길 여러 번.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집공부로 수학공부를 시작다.



1학년 수학은 어려운 편이 아니다. 하지만 수학은 기본부터 탄탄히 내공을 다져야 하는 과목이다. 특히 기본 연산 실력이 받쳐주어야 그다음 단계 공부를 잘할 수 있다.



수학을 공부하기 전에 딸 수준 파악이 먼저였다. 학습 내용이 어렵지 않다고 해도 내 아이는 아닐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살펴보니 10 이하 덧셈, 뺄셈을 할 수 있으나, 속도가 느리고 실수 종종 다. 마흔, 쉰, 예순 등 숫자를 읽을 때도 헷갈려했다.



2학기 선행보다 1학기 복습이 필요했다.

연산 학습은 필수다.



학공부일기와 마찬가지로 1학년 여름방학 때 시작했다. 학기 중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유 있는 방학 때 시작해서 습관으로 잡히면 2학기에도 꾸준히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순히 연산만 공부하기에는 뭔가 허전했다. 수학은 단순 연산 문제만 있지 않고 생각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사고력 수학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문장제 수학 교재를 발견했다. 문장제를 풀면서 한글 공부도 될 것 같아 왠지 일석 이조처럼 느껴졌다.   



우리 반에도 단순 식으로 된 문제는 잘 푸나 문장으로 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식을 못 세워 틀리는 아이들이 있다. 수학적 문해력을 위해 문장제 교재를 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연산이랑 문장제 교재 2개를 매일 해보자.
1학기 내용을 복습하는 거니까 어렵지 않을거야!




연산을 그럭저럭 풀었다. 매일 1~2장을 꾸준히 풀었는데 힘들어하거나 아이의 저항은 없었다. 하지만 문장제 교재는 어떤 날은 잘 풀고, 어떤 날은 하기 싫다고 늘어져서 기복이 있었다. 식으로만 보면 쉽게 풀 수 있는 기본 문제지만 문제를 읽고 풀이 과정을 쓰는  지 않았다.



이제 일기로 쓰기 공부를 시작한 아이에게 수학 풀이 과정을 쓰는 건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글도 잘 안 되는 아이에게 이게 맞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교재에서 풀이 과정을 익힐 수 있도록 단계별로 제시되어 있어 어찌어찌 따라갈 수 있었다. 일기처럼 풀이 과정을 말로 이야기한 후 썼다. 하다 보니 내 생각처럼 국어 공부도 되는 것 같았다.



문장제 교재를 하면서 풀이과정 쓰는 것만 배운 건 아니었다.  문제를 읽고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문제에서 중요한 숫자에 동그라미를 치고 요구하는 답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연습이었다.



엄마의 욕심 수도 있었으나 꾸준히 쓴 일기와 함께 문장제 교재까지 하면서 딸의 문해력은 많이 향상되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다. 이왕 시작한 거 꾸준히 했다. 아이가 힘들 때마다 하기 싫어할 때마다 그만둘 수는 없다. 도움줄 때는 주고, 아이가 스스로 했을 때는 칭찬해 주면서  권을 무사히 끝냈다.





1학년 여름방학: 1학기 내용 복습(문장제)
1학년 2학기: 2학기 연산 공부
1학년 겨울방학: 2학기 내용 복습(문장제)


학기 중에는 연산 공부 하고, 방학 때는 문장제 교재복습하 1학년을 보냈다. 다행히 아이의 한글 실력이 늘어 겨울 방학 때는 좀 더 수월다. ...



딸의 수학 수준에 맞추기도 했지만 진도를 나가기보다 매일 공부하는 습관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다. 수학도 중요하지만 저학년 때는 한글을 더 탄탄하게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학 공부보다 소리 내어 읽기와 글쓰기에 더 집중.



되돌아보 1학년은 연산 공부만로도 충분했던 것 같다. 문장제 교재까지 해서 아이 고생고 나도 고생했다. 꼭 필요한 공부는 아니었으나 아이가 노력한 만큼 시간을 쓴 만큼 아이에게 쌓였으리라 믿 싶다.



아이에게 무리한 걸 요구하는 건 아닌지 성장을 위해 좀 무리를 해야 하는지,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균형을 잡는 게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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