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때 숫자 5까지밖에 세지 못한 딸은 수학 머리가 있는 편이 아니다. 공부 머리, 수학 머리로 아이의 한계를 정해두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확실히 수학 센스가 있는 친구가 있긴 하다.딸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객관적으로 본 딸은 수개념이 떨어지고 논리적 사고력도 부족했다.
초등학교에 잘 적응하고, 한글도 조금씩 나아지고 나니 이제는 수학이라는 문제가 다가왔다.보드게임을 하다가, 평상시 대화를 하다가 밑도 끝도 없는 딸의 수개념에 깜짝 놀라길 여러 번.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집공부로 수학공부를 시작했다.
1학년 수학은 어려운 편이 아니다. 하지만 수학은 기본부터 탄탄히 내공을 다져야 하는 과목이다. 특히 기본연산 실력이 받쳐주어야 그다음 단계 공부를잘할 수 있다.
수학을 공부하기 전에 딸 수준 파악이 먼저였다. 학습 내용이 어렵지 않다고 해도 내 아이는 아닐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살펴보니 10 이하의 덧셈, 뺄셈을 할 수 있으나, 속도가 느리고 실수를 종종 했다. 마흔, 쉰, 예순 등 숫자를 읽을 때도 헷갈려했다.
2학기 선행보다 1학기 복습이 필요했다.
연산 학습은 필수였다.
수학공부도 일기와 마찬가지로 1학년 여름방학 때 시작했다. 학기 중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유 있는 방학 때 시작해서 습관으로 잡히면 2학기에도 꾸준히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순히 연산만 공부하기에는 뭔가 허전했다. 수학은 단순 연산 문제만 있지 않고 생각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사고력 수학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문장제 수학 교재를 발견했다.문장제를 풀면서 한글 공부도 될 것 같아 왠지 일석 이조처럼 느껴졌다.
우리 반에도 단순 식으로 된 문제는 잘 푸나 문장으로 된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식을 못 세워 틀리는 아이들이 있다. 수학적 문해력을 위해 문장제 교재를 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연산이랑 문장제 교재 2개를 매일 해보자. 1학기 내용을 복습하는 거니까 어렵지 않을거야!
연산을 그럭저럭 풀었다. 매일 1~2장을 꾸준히 풀었는데 힘들어하거나 아이의 저항은 없었다. 하지만 문장제 교재는 어떤 날은 잘 풀고, 어떤 날은 하기 싫다고 늘어져서 기복이 있었다. 식으로만 보면 쉽게 풀 수 있는 기본 문제지만 문제를 읽고 풀이 과정을 쓰는 건쉽지 않았다.
이제 일기로 쓰기 공부를 시작한 아이에게 수학 풀이 과정을 쓰는 건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없었다. 한글도 잘 안 되는 아이에게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들었다.
그래도 교재에서 풀이 과정을 익힐 수 있도록 단계별로 제시되어 있어 어찌어찌 따라갈 수 있었다. 일기처럼 풀이 과정을 말로 이야기한 후 썼다. 하다 보니 내 생각처럼 국어 공부도 되는 것 같았다.
문장제 교재를 하면서 풀이과정 쓰는 것만 배운 건 아니었다. 문제를 읽고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문제에서 중요한 숫자에 동그라미를 치고 요구하는 답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연습이었다.
엄마의 욕심일 수도 있었으나 꾸준히 쓴 일기와 함께 문장제 교재까지 하면서 딸의 문해력은 많이 향상되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말이다. 이왕 시작한 거 꾸준히 했다. 아이가 힘들 때마다하기 싫어할 때마다 그만둘 수는 없었다. 도움줄 때는 주고, 아이가 스스로 했을 때는 칭찬해 주면서한 권을 무사히 끝냈다.
1학년 여름방학: 1학기 내용 복습(문장제) 1학년 2학기: 2학기 연산 공부 1학년 겨울방학: 2학기 내용 복습(문장제)
학기 중에는 연산 공부를 하고,방학 때는 문장제 교재로 복습하며 1학년을 보냈다. 다행히 아이의 한글 실력이 늘어 겨울 방학 때는 좀 더 수월했다. 휴...
딸의 수학 수준에 맞추기도 했지만 진도를 나가기보다 매일 공부하는 습관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다. 수학도 중요하지만 저학년 때는 한글을 더 탄탄하게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학 공부보다 소리 내어 읽기와 글쓰기에 더 집중했다.
되돌아보면 1학년은 연산 공부만으로도 충분했던 것 같다. 문장제 교재까지 해서 아이도 고생하고 나도 고생했다. 꼭 필요한 공부는 아니었으나 아이가 노력한 만큼 시간을 쓴 만큼 아이에게 쌓였으리라믿고 싶다.
아이에게 무리한 걸 요구하는 건 아닌지 성장을 위해 좀 무리를 해야 하는지,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균형을 잡는 게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