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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연 Oct 04. 2024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췄을 때, 내가 놓치고 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엔 몰랐다. 나는 늘 모든 순간에 의미를 만들어내야만 마음이 놓였다는 걸. 커피를 마시며 이건 나를 위로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산책을 나가도 오늘은 꼭 기분이 좋아져야 한다며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들조차 나를 더 지치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 모든 것에 이유를 붙여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조용히 짓누르고 있었다. 그걸 잠시 내려놓고 싶었다.


그래서 작은 연습을 시작했다. 아무 이유 없는 시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커피를 마실 때도, 그저 커피를 마신다는 그 사실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산책을 나가도 오늘은 달라져야 한다는 목적은 내려놓았다.
그냥 걸었다. 그냥 봤다. 그게 전부였다.


그 시간들 속에서 알게 됐다.
목적 없이 존재하는 순간들도 충분히 괜찮다는 걸.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걸.


항상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잠시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허락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뭔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의미를 내려놓는 연습은 나를 조금씩 회복시켰다. 어떤 목적도 기대도 없는 순간들이 어쩌면 가장 큰 위로가 되어주고 있었다.


살면서 꼭 무언가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배우고 있다.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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