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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자리에서

by 토브
화면 캡처 2025-04-11 000754.png

소식을 들은 건 꽤 뒤늦은 일이었다.


은혜는 서류 정리를 하다가 문득 핸드폰 진동에에 습관처럼 손을 뻗었다.


카톡에는 나연의 이름이 보였다.



『언니, 순미 언니 가게 열었대. 샌드위치 카페야. 알고 있었어?』



짧은 메시지를 한참을 바라봤다.


순미가 가게를 열었다고? 빵을 굽는다고?


놀라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올라왔다. 그동안 너무 뜸했던 건 아닌지...


은혜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답을 보냈다.



『몰랐어. 우리, 같이 가볼까?』



다시 반짝이며 1로 변한채 뜨는 나연의 대답.



『좋아! 상은 언니한테도 연락할게.』



그렇게 오 년 만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다음 날 토요일 아침,

은혜와 나연, 상은은 약속대로 순미의 가게를 찾았다.


조용한 골목 끝, 아기자기한 입구가 예쁜 작은 샌드위치 가게였다.


“가게 예쁘다…”


나연이 작은 종이봉투를 들고 말했다.


“왠지 순미 언니 같아.”


“그러게.”


상은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언니한테 잘 어울리는 공간이네.”


은혜도 작은 꽃다발을 품에 안고 가게를 살폈다.


창문 너머로 테이블과 의자가 보이고,


바로 그 안에 분주히 움직이는 순미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앞치마를 두르고, 능숙하게 샌드위치를 만들며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우리… 너무 늦게 온 거 아닐까?”


나연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몰랐다는 게 좀 미안하다.”


“그러게.”


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도 온 것이 감사하지.”


그렇게 작은 마음을 품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종소리와 함께 순미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머, 너희들!”


순미는 깜짝 놀라며 커피를를 내려놓고 두 팔을 벌렸다.


“어쩜 이렇게 한꺼번에!”


“늦어서 미안해, 언니!”


나연이 뛰어가듯 순미의 품에 안겼다.


“이게 얼마 만이야.”


은혜도 웃으며 꽃다발을 건넸다.


“정말 축하해.”


“조금 늦었지만, 가게 오픈 축하해.”


상은도 작은 선물꾸러미를 내밀며 조용히 웃었다.


순미는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니, 다들 마음이 따뜻해졌다.


“우리 자리 준비해 뒀어.”


순미가 카페 가장 안쪽으로 안내했다.


거기엔 크고 넉넉한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여기, 우리 넷이 둘러앉기 딱 좋잖아.”


순미는 밝은 미소로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그 순간, 네 사람 모두 과거로 돌아간 듯했다.


오 년 전에도 그렇게 넓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글과 책을 펼쳐 놓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때 그 모습이 그대로 다시 겹쳐졌다.


“너무 오랜만이지?”


은혜가 조용히 말했다.


“그러게. 5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겠어.”


상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다들 뭐 하나 궁금했는데… 막상 연락하려니 또 쉽지가 않더라.”


순미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맞아, 연락이라는 게 참 그래.”


나연은 가볍게 웃었다.


“근데, 오늘 우리가 다 모인 거 보면, 결국 이어질 사람은 이어지나 봐.”


커피와 샌드위치가 테이블 위로 놓이자


그제야 네 사람 사이에 편안한 공기가 번졌다.


순미가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 다시 글 쓸 수 있을까? 난 손님들이랑 이야기 나누다 보니까 자꾸 글로 쓰고 싶더라.”


“나도… 그래. 여전히 마음이 움직이는 것들이 많아.”


나연이 펜을 손에 쥐고 말했다.


은혜는 가방에서 얇은


상은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다면… 다시 시작해볼래.”


조금 늦게 찾아왔지만,


그 자리에 온 건 결국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으니까.


“우리… 한 주에 두 번씩 글 써볼까? 필사로 시작해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은혜가 살며시 제안했다.


모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순미가 환히 웃었다.


“다시 만나줘서 고마워. 우리, 정말 잘 왔어.”


그 말에 네 사람 모두 말없이 눈을 맞췄다.


짧은 침묵이었지만, 마음속에서 긴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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