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여섯 시 반,
가게 문을 열면 나는 늘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고소한 빵 내음과 약간의 버터 냄새,
새벽 공기와 어우러지는 커피 향까지,
이 모든 것이 내겐 하루를 시작하는 인사와 같다.
“오늘도 잘 부탁해.”
가게 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에게 나는 작게 말을 건다.
냉장고 속 재료들, 오븐과 커피 머신까지
다들 나와 함께 하루를 살아갈 동료들이니까.
나는 늘 그랬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진심이었다.
하지만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턴 더했다.
“오늘은 바질을 조금 더 넣어볼까?
어제보다 더 싱그러운 맛이 나겠지?”
가끔 혼잣말이 길어질 때면
새벽 출근한 직원들이 키득거린다.
“사장님, 누구랑 그렇게 대화하세요?”
“이 빵들이랑요. 얘들도 다 듣는다니까.”
직원들은 웃지만 나는 진심이다.
빵은 사람이랑 똑같다.
따뜻하게 말을 건네면 맛있게 답을 해준다.
오늘 첫 손님은
맞은편 빌딩에서 일하는 젊은 직장인 부부였다.
“어제 추천해주신 샌드위치, 너무 맛있었어요.”
아내가 밝게 인사를 건넸다.
“그래요? 다행이다. 오늘은 제가 새로 만든 레시피예요.”
내가 빵을 자르며 말하자 남편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럼 그걸로 두 개 주세요.”
“잠깐만요, 오빠. 우리 다른 맛 시켜서 반씩 나눠 먹자.”
“응? 아… 그래.”
부부의 짧은 대화가 귀여워서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음식은 나눠 먹어야 맛이죠.”
내가 말하자 부부는 마주 보고 밝게 웃었다.
이런 장면이 나는 참 좋다.
음식을 통해 사람들의 사소한 일상에 참여하는 기분.
샌드위치는 그 자체로 삶을 담고 있는 요리 같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가게는 바빠졌다.
늘 오는 단골들, 첫 방문 손님들까지 섞여서
가게 안이 왁자지껄했다.
그 틈에서 나는 정신없이 샌드위치를 만들면서도
사람들의 대화를 놓치지 않았다.
“오늘 시험 망쳤어, 여기서 힐링할래.”
“우리 팀장님 또 화났나 봐, 나 여기서 숨 좀 돌리고 가야 돼.”
사람들이 주고받는 작은 말들이 나에게는 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샌드위치를 만들 때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넣는다.
“이 샌드위치에는 조금 더 든든한 속재료를 넣어줄게요.
시험은 망쳤어도 내일은 힘낼 수 있게.”
“팀장님한테는 커피 한잔 사가세요.
마음 푸시라고요.”
내 말에 손님들은 웃으면서도 어깨를 툭툭 털고 돌아간다.
어쩌면 내가 만들고 싶은 건
샌드위치가 아니라,
삶의 작은 위로일지도 모른다.
오후 세 시,
조용해진 가게 안에 앉아
커피 한 잔과 노트를 꺼냈다.
가끔 나도 글을 쓰고 싶다.
가게를 열기 전에는 글쓰기가 참 어렵고 낯선 일이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펜을 들게 된다.
「삶도 샌드위치 같다.
부드러운 날도 있고, 거친 날도 있고,
가끔은 속재료가 빠져버린 날도 있지만,
그래도 맛있다. 살아 있으니까.」
그렇게 짧은 문장을 적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람들과 매일 이야기 나누며 깨닫는다.
나는 결국 ‘함께 나누는 사람’이라는 걸.
내가 구운 빵과 삶의 이야기를,
커피와 위로를 나누는 사람.
그렇게 오늘도 가게 안에서
나와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걸 보며
나는 참 많이 웃었다.
가게 문을 닫을 때쯤 나연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언니, 어제 모임 너무 좋았어.
우리 다시 만난 거, 정말 잘한 일 같아.』
나는 마음이 뭉클해져
창밖의 어두운 거리를 잠시 바라봤다.
정말, 잘한 일이었다.
이 가게를 열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언니들과 글을 쓰기로 한 일 모두가.
이 작은 가게에서
나는 또 한 번
삶을 배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