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너와 모든 순간이 좋았다

너는 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by 후우

함께. 그냥 그게 사랑이었다.




맛있는 걸 먹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던 사람. 너였다.


SNS에서 신기한 간식을 보면

‘이거 너랑 먹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고,

어디 다녀오다 네가 좋아할 것 같으면 두 개를 샀다.

혹여 맛이 없을까봐 내가 먼저 하나 먹어보고,

다음에 줄 거라며 하나를 남겨뒀다.


나 혼자 먹기엔 아까운 맛이라면,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늘 너였다.


새로 나온 과자, 편의점 한정 메뉴 같은 거.

평소엔 관심도 없던 네가

어느새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챙겨보게 됐다고 했다.

내가 좋아할 것 같다고,

그걸 발견하면 사다두던 너의 버릇은

그저 ‘챙긴다’는 말 하나로는 다 설명되지 않았다.


그건 분명 마음이었고, 애정이었고, 너만의 방식이었다.


우린 각자 유튜브를 보다가도 서로한테 보내곤했다.

“여기 가자.”

“이거 진짜 맛있대.”

가보지 못한 맛집, 해보고 싶은 놀거리, 가야 할 곳들.

그런 리스트는 점점 길어졌고,

우린 그걸 보며 ‘아직도 할 게 많다’며 함께 웃었다.


제주도 가면 뭐 먹을지,

일본 가면 무조건 편의점 털어야 한다는 둥,

호캉스 가서 며칠은 여유롭게 지내자던 약속.

사실, 대부분은 말만 하다 지나갔지만,

그땐, 언젠가 꼭 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어차피 평생을 같이할 거라, 조급해질 필요 없다고.


우리는 장거리 연애였고,

한 달에 한 번 겨우 며칠 보던 시기도 있었지만

만나는 날만큼은 무조건 좋았다.

뭘 하든, 어디에 있든

함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꽉 찼다.


연애 초반엔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많이 했다.

새로운 장소, 낯선 거리, 여행지의 풍경.

'처음'이 많았던 시간이라 무엇이든 설렜다.


그러다 점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피곤하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하지만 집에서도 우리에겐 할 게 많았다.

게임 취향이 맞았던 우리는 하루 종일 게임을 하곤 했다.

딜러를 하고 싶어하는 너를 위해

내가 탱커를 도맡다가 투닥거리기도 했고.

영화나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아무 말 없이 껴안고만 있던 날도 많았다.

그게 전부였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자고 일어나면

서로 산발 머리에 부은 얼굴로 마주 보며 웃었고,

자연스럽게 키스하고,

다시 품에 파고들며 눈을 감았다.

어느 날은 배달음식을 시켜놓고

서로 다른 얘기를 마구 쏟아내느라

음식이 다 식은 줄도 몰랐던 날도있었다.

그런 아무것도 아닌 시간 그 자체가

왜 그렇게 따뜻했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딸기 우유가 먹고 싶다고 하면

손잡고 편의점까지 걷던 밤.

밤하늘 별자리를 보며 떠들던 날들.

아무 의미 없는 얘기로 몇 시간을 채우던 그 시간들이

이상하리만큼 소중했고,

앞으로도 쭉 이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활동적인 나는 원래 그런 잔잔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쓸데없는 대화를 잘 못 견디는 사람이었는데,

너랑은 그런 얘기들조차 다 아깝지 않았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그걸 너한테 전하고 싶었고

너의 하루도 궁금해졌다.

나도 모르게, 수다쟁이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우리 사이엔 ‘버릇’이 생겼다.

어디 가든 위치를 공유했고,

누구를 만나든 언제쯤 집에 가는지 알려줬다.

처음엔 조금 불편했는데

어느 순간부턴 그게 나를 가장 안심시켜주는 루틴이 됐다.

어떤 날은 친구들이랑 있어도

괜히 네가 걱정할까 봐 일찍 집에 들어갔고,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그 순간 네가 어디 있을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같이 있을 땐 꼭 손을 잡았고,

잠잘 땐 너는 늘 나를 품에 안고 잤다.

그런 사소한 버릇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웠다.


돌이켜보면 생각나는 건 그런 것들뿐이다.

거창한 이벤트나 SNS에 자랑할 만한 장면보다

우리만의 작고 조용한 순간들.


우리의 사랑은 화려한 선물이 아니라

너의 아침 알람 소리를 외워두는 것,

내가 추운 날 손이 얼 때면

네 주머니에 함께 손을 넣고 걷던 것,

아플 때 이마에 손을 얹던 너의 따뜻한 손길.

그 작은 일상들 속에 소복히 쌓여 있었다.


기억이 이렇게 선명한 걸 보면,

사랑은 대단한 이벤트가 아니라

서로의 하루를 궁금해하고

그날 먹은 과자를 나누고

아무 말 없이 기대어 누워 있는

그런 것 속에 숨어 있었나 보다.


‘이 사람이랑 보내는 평범한 하루가,

이토록 따뜻할 수 있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들에.

그래. 나는 ‘사랑받고 있구나’ 하고 느꼈고,

‘너를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말이야,

지금 돌아보면

결국, 우리는 못 가본 곳보다

함께 꿈꿨던 그 시간들 속에서

이미 사랑의 모든 풍경을

서로에게 보여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말, 좋았다.

너와 (먹고, 놀고, 나누는) 모든 순간이.


지금은 그 순간들이 끝났을지라도,

그때의 행복은 온전히 내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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