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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Jan 12. 2019

잘 만들어진 국산 러브스토리

만추, 러브픽션, 어떤 하루

흔치 않은 국산 러브스토리의 성취


 로맨틱 코미디, 멜로 장르의 영화들은 영화를 만들 때 가장 관객이 덜 드는 장르다. 물론 대부분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규모도 비교적 작기 때문에 제작비도 덜 들지만 관객이 적게 드는 영화를 만들게 해주는 제작사가 별로 없기에 제작 편수도 적고, 그렇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드물다. 아마 브리짓 존스 시리즈와 러브 액츄얼리, 어바웃 타임 등을 제작한 영국의 제작사 '워킹 타이틀' 이 이 분야의 작품을 전 세계에서 가장 왕성하게 만드는 곳일 것이다.


 멜로, 로코, 가족 영화 등을 드라마 장르로 뭉뚱그려서 이야기할 만큼, 이 장르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기도 하다. 티브이 드라마 속에서 봐도 되는 러브 스토리를 꼭 극장에서 봐야 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소수의 진성 러브 스토리 덕후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 이후로는 이러한 장르의 한국 영화들을 당장 떠오르는 영화들을 손에 꼽을 정도로 극장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번에 쓰려고 하는 것은 그런 국산 러브스토리의 가뭄 속에서 가끔 튀어 오른 수작들이다.


1. 만추 (2011) 김태용 감독 /멜로드라마/ 탕웨이를 위한, 탕웨이에 의한, 탕웨이의 영화

<만추>는 레알 탕웨이의 영화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명작 <만추>다.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 한 이 영화는, 원작을 보지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원작을 상상하기도 어렵게 만드는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다. 탕웨이는 이 영화에서, 장례식에 가기 위해 며칠 간의 외박을 받은 모범수로 나온다. 질끌 묶은 머리, 언제 샀는지 알 수 없는 트렌치코트를 입고도 그녀는 심하게 아름답다. 

 그녀는 시애틀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현빈을 만난다. 두 사람은 다 영어를 곧잘 하기 때문에 소통에 어려움이 없지만 두 사람 모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의도적인 불통이 가능한 사이가 된다. 탕웨이가 중국어로만 이야기하고, 현빈은 못 알아듣는 장면, 놀이공원 환상 씬, 포크 씬 등이 명장면으로 꼽히는 데 안 본 사람이 있다면 그 눈을 사고 싶을 정도로 처음 이 영화를 만났을 때의 기억이 아름답게 간직되어 있는 영화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라면, 탕웨이 언니가 선택했어도 트집을 잡을 수가 없다.


2. 어떤 하루(2008) 이윤기 감독 / 멜로드라마/ 하정우는 어떤 여배우와도 케미가 넘친다


전도연과 하정우의 헤어진 연인 케미

 배우가 연기를 잘하면 내용이고 뭐고 빨려 들어가서 보게 되는 게 있다. 이 영화가 그렇다. 그런데 더 다행인 것은 대사까지 아주 딱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작품 이후에 이윤기 감독이 제작한 영화들에서는 대사의 선명도가 다소 떨어지고 내용 자체가 처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단점들이 극복되었거나 아예 찾아보기도 힘든 영화다. 

 간결한 대사의 포인트들을 적시에 살려내는 두 주연 배우의 티키타카가 듣기 좋은, 대사가 엄청 많은데 피곤함이 없는 드문 영화. 헤어진 연인에게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 차로 이동하면서 하루를 함께 보내는 게 다인 이 영화에 어떤 대단한 스토리가 있겠는가. 

 영화는 그저 서울 곳곳을 이동하면서 전도연과 하정우의 감정을 드러내는데 집중하고, 그것이 적절한 대사와 적절한 공간, 적절한 러닝 타임, 걸출한 연기와 만나는 순간 설령 관객은 얼마 안 들었을지 언정 개봉 후 10년이 넘도록 질긴 생명력을 지닌 영화가 되는 데 성공한다. 영화를 틀면 이들과 함께 10년 전의 서울을 여행(?)하며 떼 먹힌 돈을 받아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도연은 무지 예쁘고, 하정우는 무지 귀엽다. 


앳된 느낌이 강하게 드는 10년 전의 하정우


3. 러브픽션(2012) 전계수 감독 /로맨틱 코미디/ 하정우는 사실 사랑 이야기에 특화된 배우다


귀여운 두 사람이 만나 러블리가 배가 된다

 <러브 픽션>은 엄청나게 웃긴 영화다. 사실 나는 이 영화가 갈 데까지 간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오히려 사랑 영화보다 그냥 죽도록 웃자고 만든 영화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 영화의 유머 코드가 내 취향을 저격시켜서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멋진 하루, 러브 픽션만 봐도 하정우가 얼마나 사랑 이야기에 특화된 배우인지 느껴질 것이다. 그의 장난기 어린 눈빛이 빛을 발하는 곳은 남자들의 피비린내 나는 대립 속보다는 서로 째려보는 연인 간의 신경전인 것 같다.



(4). <아가씨>에 대해서 도 써볼까 했으나, 러브스토리에 묶어 버리기에는 장르가 박찬욱인 영화란 생각이 들어서 리스트에서 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분명히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의 필모에서 유이한 러브스토리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두 작품 간의 간격이 무려 1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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